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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화관람료 놓고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등록 2006-06-21 15:42수정 2006-06-21 16:59

할인제 부담 이통사→극장→영화사로 책임전가
이통사 할인제 중단 소식에 네티즌 불만 쇄도
서울시극장협회와 이동통신사의 영화관람료 할인제도와 관련한 갈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2천원 정도 할인 혜택을 받아온 영화 관객 입장에서는 당장 돈을 더 내고 봐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극장협회는 이통사에 극장 분담금을 받지 말고 전 극장에 동일한 조건으로 재계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통사는 분담금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극장 역시 이 분담금을 영화제작사에 일정 부분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영화산업의 왜곡된 구조를 낳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할인제도 재계약 협상이 이달 30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이달 말로 관련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에 이통사는 "극장협회의 요구사항중 합리적인 부분은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면서도 일부 업계에서는 "이미 기존의 할인 혜택을 유지하는 재계약까지 완료한 극장도 상당수"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 문제를 놓고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원사 극장은 극장협회에 협상 권한을 일원화해놓은 상태. 극장협회는 "재계약을 완료한 극장이 상당수"라는 이통사의 주장에 대해 "개별 협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이를 '적전 분열'을 꾀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사→극장

1999년 5월 시작된 영화관람료 할인제도로 현재 이통사 멤버십카드 회원은 관람료 7천 원 중 2천 원을 할인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 회원들은 4천~5천 원의 관람료를 받는 조조 시간대에는 단 2천~3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이통사들은 영화관람료 서비스가 시작된 후 3년까지는 할인요금 2천 원을 모두 부담하며 극장 측에 지급했지만 2002년부터 극장 측이 이 액수를 함께 부담하기를 요구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져 현재 할인 금액 2천 원 중 평균 900원 정도는 극장 측이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이통사가 부담하는 할인요금은 1천원 남짓. 그렇지만 이통사들은 이동통신 가입 고객에게는 관람료 할인을 받을 때마다 할인금액 2천원에 해당하는 2천 포인트를 삭감하고 있다.

이통사에서 분담금을 올릴 때마다 불거져나온 할인요금 적용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급기야 작년에는 SKT는 메가박스, KTF는 롯데시네마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극장들이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극장들은 협회에 힘을 실어준 것.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이통사들이 접근하고 있다"며 "이미 할인 혜택을 당연시하는 관객 수가 감소할까봐 걱정하는 극장의 약점을 잡아 분담금을 요구하는 한편 고객에게는 자사 부채인 포인트 삭감을 두 배 가까이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극장협회는 이통사가 1천원만 부담하려면 고객에게 1천 포인트만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극장→영화제작사

그러나 극장 역시 책임을 회피하며 부담을 상대적 약자에게 떠미루고 있다. 900원 중 절반 정도를 영화제작사에 부담지워 이를 차감한 액수로 입장료 정산시 제작 및 배급사 몫을 배분하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 특히 심각하며 일부 지방 극장에서는 전체 분담금을 제작사에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 할인요금 분담금의 실제 피해는 제작사 역시 똑같은 비율로 지고 있는 셈이다.

한 영화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이통사의 거대한 힘에 눌리고 있지만 극장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로서는 할 말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담금의 절반 정도를 제작사에 부담지우는 한편 예고편, 간판료, 심지어 포스터에까지 돈을 받고 있다"고 전한 이 관계자는 "5:5인 한국 영화의 극장 부율(부금 비율의 준말로, 극장과 배급사의 분배 비율)을 외화와 같이 4:6으로 하자고 논의해도 끄떡하지 않던 처사와 함께 제작사들을 대표적으로 억압하는 극장들의 횡포"라고 말했다.

할인혜택이 부율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영화산업 수익구조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

어찌됐든 이통사, 극장, 영화제작사 모두 할인요금 적용 문제가 지속될 경우 좋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자본의 힘을 앞세웠다는 비판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포인트 삭감 문제가 고객에게 드러나게 되면 이로울 게 없다.

극장과 영화제작사는 관객 감소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통사 멤버십카드로 할인혜택을 받는 비율은 멀티플렉스의 경우 30~40% 정도. 또한 영화 관객의 주요 타깃층인 20대의 할인혜택 수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포인트가 많은 연초에 집중되고, 포인트를 대부분 사용한 연말에는 비율이 뚝 떨어져 1년 평균 관객 수의 30~40%가 할인혜택을 받는데, 가장 많이 혜택을 받는 이가 요금에 민감한 20대와 10대들이어서 초반에는 영향을 꽤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도 "이미 꽤 오랜 기간 할인 혜택을 받아온 관객에게 정상요금을 받는다면 단기적으로는 관객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불을 보듯 뻔해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와 함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 협상에 민감한 계층은 할인 요금을 적용받고 있는 영화 관객이자 이통사 고객이다.

네티즌들은 "요금을 깎아주어 극장에 자주 갔는데 이제는 가기 어렵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사이버공간에는 "문예진흥기금 없어져도 극장 요금을 내리지 않았던 것을 이번에 반영하라"고 극장 측에 화살을 겨누는 누리꾼도 있었고, "차라리 휴대전화 기본요금을 내려라"라고 이통사를 비판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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