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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영업제한 2년1개월…손실보상 소급 적용 약속은 어디로”

등록 2022-06-03 08:00수정 2022-06-03 12:21

소상공인 이창호씨 사례로 본 손실보전금 실상
“영업제한 2년1개월, 손실보전금은 한달 임대료 수준”
세금은 매장마다 거두면서 ‘손실보전’은 왜?
“분기별 손실보상 소급 적용 약속 지키길”
“자영업 생태계 파괴, 재기 발판은 마련해 줘야”
“코로나 사태 뒤 3곳 폐점, 고용 60명→35명”
이창호씨가 서울 강남구 영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창호씨가 서울 강남구 영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골목길로 접어들자 ‘OO우동’ ‘OO 왕곱창·바베큐’ ‘심야식당 OO’ ‘OO 노래연습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즐비했다. 먹자골목으로 불릴만 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맥주랑 딱 어울리는 손질 먹태’라고 적힌 입간판을 내건 맥줏집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오후 4시30분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는데 자리는 많이 차 제법 활기를 띠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가게 2층 구석 자리에서 마주앉은 이창호(46)씨는 이곳을 포함해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일반 음식점 성격이며, 2곳은 맥주, 2곳은 와인 위주로 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뒤 3곳은 폐업했다고 한다.

그 또한 코로나19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 소상공인이다. 한 사람이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는 경우여서 2일부터 신청해 지급받는 그룹이다. 1인 다수 사업체 경영의 소상공인 신청자는 최대 4개 업체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사장 같은 다수 업체 운영 사례는 25만곳에 이른다. 업체별 지급 비율은 100%, 50%, 30%, 20%로 설정돼 있다. 지원금 최고금액(1천만원)의 최대 2배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0시께 신청했더니 오전 11시 전에 입금됐다”고 했다.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수 매장을 갖고 있는 경우 지원금 비율을 순차 감액하게 돼 있는 방식에 대해 그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2개 점포를 갖고 있으면 지원금의 75%를 받는 셈이고, 4개면 50%로 떨어진다. 매장마다 사업 환경이 다르고 세금을 각각 내는데, 왜 지원금은 매장별로 고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가 자영업에 뛰어든 건 2016년이다. 회사에 10년 정도 다녔고, 퇴사 오래 전부터 창업 준비를 했다고 한다. “외식 기업에서 운영사업팀 업무를 맡아 (자영업) 현장 사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게 창업 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자영업 관련 경영 서적을 30권 이상 읽었다.”

창업 초기부터 뛰어든 영역은 지금처럼 호프집이었다. 경기도 지역에서 시작해 처음 2~3개월은 고생을 많이 했고, 차츰 단골이 생겨나면서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어느 순간 ‘만석’이 됐고, ‘웨이팅 매장’이 됐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사업은 확장일로였다. 서울 중심에 해당하는 서초동, 대치동, 논현동, 경희대 앞 등으로 뻗어 나가, 한창 때는 영업장이 7곳, 고용 인원이 60명(시간제 근로자 포함)에 달했다고 한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이 흐름을 대역전시켰다. 야간 영업 위주의 업종이라 영업제한은 직격탄이었다. 정부의 행정조치가 ‘야간 업종 죽이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두세 달이면 끝날 줄 알고 고용을 떠안고 갔는데, 6개월 정도 지나니 직원들 스스로 퇴사 의사를 밝히는 수가 많아졌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문 닫는 점포까지 생겨났다. 고용 규모는 급격히 줄어 지금은 35명(시간제 근로자 포함·4개 매장) 수준이다.

이 사장 사례에서 매장 한 곳을 기준으로 할 때 손실보전금 액수는 한 달 임대료 수준이라고 한다. 서울 강남지역 상권이라 한 달 임대료가 1천만원 이상 된다고 했다. 임대료 수준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데 “손실보전금 규모는 600만~1천만원으로 일괄 지급 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업장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이 사장은 꼬집었다. 국세청에 신고된 자료를 토대로 어느 정도 맞춰 지급되는 식으로 설계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실보전금 규모·기준에 대한 것보다 더 큰 불만은 손실보상금의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서 나오고 있다. 손실보전금은 문재인 정부 때 지급된 1·2차 방역지원금을 윤석열 정부에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일회성 지급이다. 손실보전금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책의 두 축을 이루는 손실보상금은 이와 달리 방역 조처에 따른 피해 규모에 맞춰 분기별로 지급된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손실보상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4분기 몫의 손실보상금은 이미 지급됐고, 올해 1분기 몫은 아직 미지급 상태다. 법 시행 이전 손실에 대한 소급적용은 논란 끝에 무산됐다. 올 5월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선 손실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기준점을 높였을 뿐이다. 이 소급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 사장 사례에서 매장 1곳을 기준으로 이미 받은 분기별 손실보상금 또한 “한 달 임대료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 달 임대료 650만원에 식재료비, 인건비를 고려하면 월 매출 2700만원 정도를 거둬야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 전에는 월 45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영업시간 제한 때는 하루 매출 ‘0’도 있었고, 한 달에 대개 700만~1천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손실보상법 시행 이전 한 달에 1천만원 이상, 분기로만 따져도 3천만~4천만원의 손실을 보았는데, 보상은 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영업제한을 받은 기간을 다 따져보니 2년1개월에 이르더라. 정부는 각종 지원금 형태로 보상해 사실상 소급적용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임대료·고정비 조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골목 상권에는 보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비싼 임대료를 물어야 하는) 번화가 상권 음식점엔 한 달 임대료로도 부족한 수준이다.”

이 사장은 “정부 행정조치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자영업으로 살아가던 우리 경제의 한 축이 무너져버린 현실”이라며 소급 적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은 다시 시간 제한 없이 영업을 하고는 있으나 그동안 자의가 아닌 행정조치로 자영업자들이 손실을 입었고 빚이 크게 늘었다. 부채 부담의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애초 약속대로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재기할 발판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글·사진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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