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엔데믹 선언 이후 전세계가 첫 크리스마스 명절과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시각) ‘코로나19 역학 최신 업데이트 자료’를 내어 “전세계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28일간) 신규 확진자수가 이전 28일간과 견줘 52% 증가하며 새 확진자 85만건 이상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기간 사망자는 8% 감소한 3천여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2019년 겨울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4년여간 전세계에서 7억7154만여명이 확진됐고, 각국 정부 공식 통계 집계를 더한 사망자는 697만여명이라고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정부 통계가 아닌 실제 사망자 수를 2천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 BA2.86(피롤라 변이)의 하위변이로 지난 9월 첫 발견된 제이엔원(JN.1)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보건당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2일 현재 프랑스,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영국 등 41개국에서 확인된 제이엔원 바이러스는 이달 초 전체 코로나 확진자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11월초(44주차) 3.3%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한달새 8배 이상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도 바이러스 3단계 분류법 가운데 최근 제이엔원을 중간단계인 ‘관심 변이’로 끌어올렸다.
감염 속도가 빠른 변종의 확산 시기에 엔데믹 뒤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것도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연말연시에 인구 40%가량인 1억여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아시아권 언론 연합체인 ‘아시아 뉴스 네크워크’는 “인도네시아에서 연말 휴가를 준비하는 시기에 제이엔원이 발견됐다”며 “확진자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이지만, 고위험군은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50% 가량 증가(3만2천여명)했고, 말레이시아도 2배 이상(6796명) 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면역 인구가 줄고, 연말 모임과 여행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영악해지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는 가장 교활한 질병의 하나이며, 최근엔 감기처럼 보이다가 엄청난 고통을 주는 코로나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가 후각 쪽에, 독감은 강한 근육통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둘의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코로나 환자들은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열이 나더니 피부가 아프고 턱이나 치아, 안구 통증까지 오면서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고 토로하고 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24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마치 그린치(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동화책 속 악당)처럼 명절을 망치려고 돌아왔다”며 “손씻기와 환기, 격리, 마스크 착용 등 이미 익숙해진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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