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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 ‘렌트’ ‘프로듀서스’ ‘노트르담 드 파리’

등록 2006-01-25 22:17수정 2006-01-26 17:09

대작 뮤지컬 불꽃 경쟁, 관객은 즐겁다

1월부터 외국의 대형 뮤지컬들이 한꺼번에 서울의 주요 공연장을 점령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뮤지컬 <렌트>의 브로드웨이 투어팀의 첫 내한공연에 이어 19일에는 브로드웨이 라이센스 뮤지컬 <프로듀서스>와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꺼번에 막을 올렸다.

홍콩스타 막문위(미미 역)와 제레미 커시니어(로저 역), 다릴 브라운(콜린스 역) 등 현역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을 앞세워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초연한 <렌트>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의 힘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조나단 라슨의 유작인 이 작품은 동성애, 마약중독, 에이즈 등 뉴욕 뒷골목의 어둡고 파격적인 소재가 우리의 정서에는 이질적으로 비쳐지기 쉽다. 대사와 안무 또한 성적인 표현이 많고 도발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그러나 ‘라이트 마이 캔들’ ‘어나더 데이’ ‘산타 페’ 등 락과 탱고, 아르앤비, 발라드 등을 넘나드는 수준 높은 뮤지컬 넘버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또 20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사랑을 실감나게 표현해낸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생생한 감동과 열정을 불어넣었다. 뛰어난 공연에도 불구하고 콘서트 라이브 공연장에 걸맞은 체육관 같은 올림픽홀에 소극장 뮤지컬을 올린 것은 눈쌀을 지푸리게 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2001년 토니상 12개 부분을 수상했던 작품답게 기발한 발상과 허를 찌르는 코믹한 극 진행, 재치가 번뜩이는 대사, 적절한 세대 풍자 등 탄탄한 작품성이 유독 돋보였다.

몰락한 뮤지컬 제작자(프로듀서)와 소심한 회계사가 서로 짜고 엄청난 제작비를 빼돌리기 위해 망할 공연을 올린다는 발상부터 배꼽을 잡게 하더니 동성애, 극 중 극 ‘히틀러의 봄날’, 섹스에 목말라있는 귀여운 유태인 노파 무리 등이 끝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회한 프로듀스 맥스 역의 송용태와 젊은 회계사 레오 역의 김다현 등 주역뿐만 아니라 울라 역의 최정원과 진수현, 게이연출자 로저 역으로 놀라운 변신을 한 이희정 등도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긴밀한 무대전환과 입체적인 조명과 음향, 앙상블의 안무도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지켜본 공연에서는 무대에 적응이 덜 된 탓인지 가끔 대사가 엉키기도 했고, 맥스와 레오가 대사를 치고받을 때 자연스런 리듬이 끊기는 경우가 더러 눈에 띄었다. 또 ‘키프 잇 게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게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기 위해 ‘즐겁게이~, 가볍게이~, 예쁘게이~’라고 의역한 노래가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귀를 사로잡을 만한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 공연은 감미로운 음악과 탁월한 배우진, 세련된 무대세트, 입체적인 조명 등 뮤지컬의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지난해 2월 한국 초연 공연팀의 앙코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수많은 관객들이 보여주었던 기립박수 세례가 매일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무엇보다 ‘대성당의 시대’ ‘보헤미안’ ‘춤추어라 나의 에스메랄다여’ 등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작품의 예술성을 보장했다. 또 리샤르 샤레스트, 미쉘 파스칼, 로랑 방 등의 개성있는 연기와 폭팔적인 가창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앙상블들이 펼치는 멋들어진 안무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공연장의 단점을 메우기 위해 지나치게 음향을 확장시킨 탓에 1층 관객들 대부분이 뮤지컬 넘버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섬세하게 감상하기에 불편을 느껴야 했다는 것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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