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같은 대극장 연극, 어찌 하오리까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옛 문예진흥원 대극장)은 대학로에서는 유일한 대극장이다. 비록 대관제도를 통해서지만 좋은 연극과 무용 공연에 무대를 내주려 노력하는 극장이기도 하다. 좋은 지리적 여건과 인지도를 가진 대극장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이 극장에서 공연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 예술성을 믿고 관람할 수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그 대답은 ‘아니다’다. 그 대신 이 극장의 작품들은 우리 대극장 연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극장의 세밑과 새해를 장식하고 있는 연극은 극단 예우의 <간사지>(최송림 작, 황남진 연출, ~1월8일)다. 경남 고성 갯벌의 간사지(간척지)를 배경으로 2대에 걸쳐 얽힌 애정 문제를 다룬 이 비극은 미스터리적 수법을 가미한 전형적인 리얼리즘 연극이지만 연극으로서 시효를 다한 리얼리즘이다. 혼외정사와 강간, 근친상간으로 이루어진 인물들 간의 관계가 통속성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면에서 그렇고, 그림 배경막과 낡은 가건물로 재현한 사실적인 무대 역시 그렇다. 객석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욱 명료해야 할 대사는 중간 좌석에서도 귀를 기울여야 들린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연극 형태를 보여준 것이 이 작품만은 아니다. 작년에 이 극장에서 공연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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