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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 극단 예우의 ‘간사지’

등록 2006-01-04 16:43수정 2006-01-05 14:45

유물같은 대극장 연극, 어찌 하오리까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옛 문예진흥원 대극장)은 대학로에서는 유일한 대극장이다. 비록 대관제도를 통해서지만 좋은 연극과 무용 공연에 무대를 내주려 노력하는 극장이기도 하다. 좋은 지리적 여건과 인지도를 가진 대극장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이 극장에서 공연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 예술성을 믿고 관람할 수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그 대답은 ‘아니다’다. 그 대신 이 극장의 작품들은 우리 대극장 연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 극장의 세밑과 새해를 장식하고 있는 연극은 극단 예우의 <간사지>(최송림 작, 황남진 연출, ~1월8일)다. 경남 고성 갯벌의 간사지(간척지)를 배경으로 2대에 걸쳐 얽힌 애정 문제를 다룬 이 비극은 미스터리적 수법을 가미한 전형적인 리얼리즘 연극이지만 연극으로서 시효를 다한 리얼리즘이다. 혼외정사와 강간, 근친상간으로 이루어진 인물들 간의 관계가 통속성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면에서 그렇고, 그림 배경막과 낡은 가건물로 재현한 사실적인 무대 역시 그렇다. 객석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욱 명료해야 할 대사는 중간 좌석에서도 귀를 기울여야 들린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연극 형태를 보여준 것이 이 작품만은 아니다. 작년에 이 극장에서 공연되었던 <매일 자수하는 남자> <손님> 등도 관객의 호응이나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희곡과 무대 면에서 호평을 받았던 <고양이 늪> 마저도 인물들 간의 치열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해 무대와 작품이 따로 논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연극은 대극장의 규모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대극장 무대는 낡은 연극의 무덤같이 되어가고 있다. 중견 작가와 연출가들은 대극장을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으며 젊은 세대는 대극장 공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거기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 관객도 대극장 무대에서는 참신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극장은 사회·역사적 의미가 있다거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거나 하는 ‘기념식과 같은 연극’이 거행되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갈 필요가 없는 곳이 되었다.

이런 풍토에는 소극장 위주로 전개되는 우리 연극 환경도 큰 원인을 제공했다. 작은 극장은 무대의 무게와 상상력 면에서 연극을 제한한다. 극장은 연극적 상상력의 물질적 형태인 까닭이다. 너무 작은 극장에서는 연극도 작아진다. 작은 규모, 작은 문제의식, 짧은 시간. 우리 연극은 너무도 작은 극장에서 젊은 관객들의 오락거리로만 유지되는 경향이 큰 까닭에 이제는 대중문화의 하위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극 예술의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역마다 극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서울과 그 주변만 해도 나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극장 용,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덕양 어울림누리, 성남아트센터 등 대·소규모의 극장들이 꽤 생겼다. 새해를 맞아 좋은 것은 모든 일에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는 점이리라. 새로운 극장들이 우리 연극 문화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노이정/연극평론가 voi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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