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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족문학작가회의 분화하는가

등록 2006-01-20 14:40수정 2006-01-20 16:05

출범 30년 만에 수천명 회원 거대조직
내부 다원화되며 비공식모임 활발
고은 시인이 이끄는 ‘평화포럼’
“문학의 사회적 책무 다하겠다” 바쁜 행보
‘제3의 단체’로 독립? 내일 총회 관심
커버스토리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21일 오후 정기총회를 연다. 임기 2년의 신임 이사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를 구성할 예정인 이날 총회를 앞두고 작가회의는 1270여 명 회원들에게 출석 통지문을 발송했다.

작가회의의 출발은 유신 통치기였던 1974년 11월 18일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하면서 닻을 올린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대표간사 고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회의는 6월항쟁의 열기가 이어지던 1987년 9월 17일 지금의 이름으로 확대 개편해 재창립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 29일에는 ‘4·13 호헌 조치에 대한 문학인 194인의 견해’라는 성명이 발표되었다.

짧게 살펴 본 역사에서 보듯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실은 101명의 선언과 더불어 출범했고, 작가회의 역시 200명 미만의 이름을 내건 성명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30여 년 만에 작가회의는 본부 회원만 1200명이 넘고 지역 지회 및 지부에 소속된 인원까지 합산하면 수천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작가회의의 성장은 양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질적인 도약 역시 수반하는 것이었다. 작가회의는 회원들의 작품 생산과 문학 및 사회 운동 차원에서 공히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단체로 우뚝 섰다. 지난해, 분단 이후 60년 만에 이루어 낸 남북작가대회는 문인 단체의 대표자로서 작가회의의 위상을 단적으로 과시한 사건이었다.

작가회의는 현재 장르별 분과와 통일위원회, 자유실천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정책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그리고 지역 지회 및 지부 등의 산하 기구를 통해 방대한 회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공식 기구에 포섭되지 않는 각종 비공식 조직과 모임이 활발히 움직이는 흥미로운 현상이 포착된다. 작가회의 회원들이 주축을 이룬 이런 모임은 대체로 작가회의의 자장 안에서 활동을 펼치면서 작가회의의 기능을 보완하는 구실을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룡화한 작가회의와 구분되는 별개의 문인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남북작가대회 성사 위상 과시

#어떤 모임들이 있나?
한국문학평화포럼=170~80명 선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어 작가회의 주변 조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04년 10월 ‘임진강 문학 축전’을 치르면서 실체를 드러낸 한국문학평화포럼(평화포럼·회장 고은)은 2004년과 2005년 매향리, 태백, 평택, 사북, 백령도, 거창 등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한 행사를 펼쳤다. 평화포럼은 올해도 작고 문학인 천도 문학제와 금강산 문학축전, 한·일 평화문학 대축전 등 나라 안팎을 아우르는 활동을 통해 문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방침이다. 평화포럼은 규모도 크고 회장인 고은 시인말고도 부회장단에 포진한 임헌영, 조정래, 김영현씨 등 문단의 유력인사들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어 작가회의에서 ‘독립’할 가능성이 가장 큰 모임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시아문화네트워크=아시아의 문화 연구와 교류활동을 추진해 온 ‘아시아문학연구소’(소장 김남일) ‘아시아문화자료실’(대표 방현석) ‘아시아문화의집 추진모임’(대표 강태형) 등 3개 단체가 통합해 2005년 2월에 출범했다. 시인 강태형씨와 소설가 김남일씨, 그리고 연극인 김지숙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소설가 방현석씨와 영화인 차승재씨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운영위원과 회원 역시 문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예술인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아시아문화네트워크는 지난해 6월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 순회 특강 및 심포지엄 등의 사업을 펼쳤고, 10월에는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타이, 터키, 필리핀 등의 작가들을 초청해 심포지엄과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12월에는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함께 역시 아시아 각국 작가들을 초청해 광주에서 제1회 아시아문학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아시아문화유목=회장인 강형철 시인과 김형수 작가회의 사무총장, 시인인 강태형 문학동네 대표 등이 공연기획자 주홍미씨, 만화가 이희재씨, 화가 김호석씨 등과 함께 꾸리고 있는 모임이다. ‘유목’이라는 단체명에 어울리게 몽골쪽에 관심이 높아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의 한·몽 예술가 대회를 주선했다. 앞으로는 중앙아시아 쪽으로 범위를 더 넓힐 참이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베트남 작가모임)=1994년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작가회의 주변 모임의 맏형 격인 존재다. 최인석, 김영현, 김남일, 방현석씨 등 역대 회장단을 포함해 대부분이 작가회의 소속인 5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베트남 역사·문학 기행과 번역사업, 작가 교류, 베트남어 학습 등은 물론 한국 진출 베트남 노동자 및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실태 조사,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실태 조사 등 양국간 화해와 교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1년 초 작가회의와 베트남작가동맹의 문화교류 합의문 교환은 베트남 작가 모임의 활동을 기반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고영직 회장은 “베트남 작가 모임의 가장 큰 성과는 이대환, 방현석, 김남일씨 등의 소설과 김정환, 김형수씨 등의 시를 비롯한 창작 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별과 꿈 문학회=‘별과꿈문학회’(회장 정도상)는 지난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회의 회원 가운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교도소와 유치장을 체험한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회원들의 ‘어두운 과거’에 착안해 교도소 및 소년원 재소자들을 찾아가서 문학치료 활동을 펼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안양소년원, 강릉교도소,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각 12회씩 사업을 펼쳤고, 충주보호관찰소에도 한 번 찾아갔다. 정도상 회장은 “출범 첫해인 작년에는 문인들이 재소자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며 “올해는 주무 부서인 법무부 등과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재소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지난해 4~5월 시인 박남준·유용주·안상학씨와 소설가 한창훈씨가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부산에서 두바이까지 3주간 항해를 다녀온 일이 계기가 되어 태동했다. 네 사람의 항해기는 얼마 전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작가회의 사무실 근처 음식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공식 출현했다. 대표를 맡고 있는 한창훈씨는 “앞으로 2년에 걸쳐 김이정, 이경혜, 이성아, 이원규씨 등 남녀 작가 10여 명이 원양 상선 승선 체험을 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기껏해야 연근해와 갯벌 및 포구 주변에만 머물렀던 우리의 해양문학이 좀 더 크고 넓은 시야를 확보하도록 하는 게 모임의 목표”라고 말했다.

포럼 엑스=30, 40대 비평가들의 공부 모임이다. 지난 연말과 올 초에 걸쳐 격주 간격으로 두 번 모였으며 22일 세 번째 모임을 앞두고 있다. 최강민씨가 대표를, 이명원씨가 총무를 각각 맡고 있으며 고봉준, 정은경, 이경수, 홍기돈, 고명철, 오창은씨 등 비평 전문 잡지인 <작가와 비평>과 <비평과 전망>의 동인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권성우씨와 40대 후반인 김명인씨 역시 부정기적으로 모임에 나오고 있다. 이명원씨는 “콜로키움 식의 자유 발제와 토론 방식으로 문학계 현안과 문제적 작품 및 평문 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구성원들이 대부분 작가회의 회원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작가회의의 틀 안에서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작가회의 주변에서는 ‘인도를 사랑하는 작가들’(송기원, 오수연 등)과 ‘한문 공부 모임’(김이정, 차창룡, 손택수, 부회령 등)을 비롯해 크고작은 모임들이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 준비 중이다.

# 이런 모임들은 왜 생겨나는가
작가회의의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기대와 요구를 섬세하게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평론가 고명철씨는 “70, 80년대식 계몽적 진보와 운동성만으로는 90년대 이후 등장한 젊은 세대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런 다원화한 활동이 거꾸로 작가회의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수 작가회의 사무총장도 “작가회의의 다원화와 내부 서클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원칙적 판단”이라며 “작가회의는 자유실천위원회와 정책실을 두 축으로 삼아 남북사업과 아시아연대사업 같은 큰 사업에 주력하면서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요구 충족 체질 강화

#작가회의의 분화 가능성은 정말 있는 것일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한국문학평화포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화포럼의 홍일선 사무총장은 “평화포럼과 작가회의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평화포럼은 작가회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뿐, 경쟁하거나 작가회의로부터 ‘독립’하려는 생각은 없다”는 말로 ‘분리 독립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형수 사무총장 역시 “새로운 문인 단체란 소재주의적 운동이 아니라 미학적 새로움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라며 “평화포럼이 애초에는 제3의 문인 단체를 지향했지만 최근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포럼의 내부 문건은 “민족문학운동의 실질적 내용과 형식의 강화, 침체된 문학의 활로를 위한 새로운 조직 시스템의 필요, 상호 협력과 상호 경쟁을 통한 한국문학운동의 질적 향상” 등을 이유로 들어 올 상반기 회원 수 300~500명 규모의 사단법인화와 그를 통한 한국 문단의 재정립을 상정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21일 작가회의 총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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