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지나며 내린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며 잠긴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7일 오전 반쯤 물에 잠긴 차량이 뒤엉켜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 현장에서 7일 새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아무개(14)군의 큰아버지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군은 전날 밤 9시41분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김아무개(52)씨의 아들이다. 김군의 큰아버지는 “아이 엄마랑 둘이 차 빼려 갔는데, 엄마는 주차장에서 나왔는데, 아들은 결국…”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본인도 충격이 큰데, 어떻게 아들의 죽음을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 엄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른다”고 덧붙였다. ㄱ씨 아들은 전날 오전 6시30분쯤 관리사무소의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처하라”는 방송을 듣고, ㄱ씨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갔다가 불어난 물에 고립돼 변을 당했다. ㄱ씨는 구조 당시 소방당국에 “아들도 지하주차장으로 왔다. 구조됐느냐”며 묻고 계속 구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의료원에는 김군의 빈소를 포함해 ㅇ아파트 지하주차장(2곳) 침수로 희생된 7명의 주민 빈소가 마련됐다. 희생자 중에는 노부부도 있다. 남아무개(71)씨 부부의 며느리는 “5일 밤에 통화했을 때도 태풍 피해 걱정하지 말라고 되려 안심시켜 주셨다. 그런데 6일 아침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설마설마했는데 주검으로 다시 뵙게 됐다”고 통곡했다.
6일 태풍 힌남노에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에서 소방당국이 밤새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정하 기자
장례식장에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가족과 지인 등의 발길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유가족들은 장례절차와 향후 대응 등을 모여 논의한 뒤 포항시와 합동분향소 운영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6일 아침 태풍 힌남보 상륙으로 포항시에 시간당 100㎜를 웃도는 폭우가 쏟아져 주변 하천이 범람하면서 ㅇ아파트 지하주차장(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전체가 침수됐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이 잇따라 연락이 끊겨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7일 오전 9시 현재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68명 규모의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인명 수색작업을 마치는 대로 합동감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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