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애피가 꼽은 2020 10대 동물뉴스

해빙이 일찍 녹아 주 먹이인 물범 사냥이 불가능해지자 북극곰이 해변에 올라 바닷새의 알을 포식하고 있다. 에반 리처드슨 제공.
1. 그을린 코알라와 굶주린 북극곰 1월 검게 그을린 코알라가 가까스로 구조돼 물을 받아먹는 충격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2019년 9월부터 호주 전역에서 수 개월간 이어진 산불로 인해 약 3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서도 코알라는 최대 피해자였다. 주요 서식지인 동남부 유칼립투스 숲이 불타며 6만 마리 이상의 코알라가 숨졌다. 뉴사우스웨일즈주 의회는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2050년 이전에 코알라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산불은 기록적인 가뭄과 이상고온, 강풍이 겹쳐 재앙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시 호주 대륙 곳곳에서 한달 동안 기온 40도가 넘는 날이 열흘 이상 이어지며 ‘기후 재앙’의 운명을 예고했다.

커들 크리크에서 구출된 코알라가 한 손에 생수병을 움켜쥔 채 소방대원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고 있다. 오크뱅크 밸라나 카운티 소방대 제공.
2. 인간과 동물의 관계 반성케 한 ‘코로나19’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선언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병한 지 넉달 만의 일이다. 1월 박쥐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의 병원체와 동일한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바이러스의 저주지’로 박쥐가 꼽히기 시작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파는 중국의 시장 모습. 가축과 야생동물이 모여있고, 도살과 정육 등이 한데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종간 감염(스필오버)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자신의 힘으로 나는 유일한 포유류인 박쥐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비행에 힘입어 종 다양성과 함께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얻었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3. 팬데믹으로 죽어간 밍크와 돼지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건 인간뿐이 아니었다. 공장식 축산으로 평생을 철창에서 지냈던 밍크와 돼지들은 ‘살처분’이라는 대규모 죽음을 맞아야 했다. 밍크들의 비극은 4월26일 네덜란드 농장 두 곳의 밍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며 시작됐다. 밍크 뿐 아니라 농장에서 키우던 고양이, 노동자들에게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며 네덜란드는 56개 농장의 밍크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2020년 3월까지 농장을 폐쇄했다.

유럽에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밍크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된 가운데 프랑스가 2025년까지 밍크농장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보이스 제공
4. 대법원 “개 전기도살은 동물학대” 다섯번 째 재판 끝에 개의 전기도살이 위법으로 판명됐다. 4월9일 대법원은 전기봉을 이용한 개 도살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동물학대’ 행위라면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아무개씨(68)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연간 30마리의 개를 전기봉으로 죽였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보호단체 행강, 동물자유연대는 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이번 판례를 활용하여 불법적인 개 도살을 엄단하라고 촉구했다. 카라 제공
5. 뉴 노멀 채식, 학교·군대 급식까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식 열풍’이 거셌다. 여러 편의점과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에서 비건 라면, 채식 버거 등 상품을 내놓은데 이어, 단체 급식에서도 채식 선택권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부터는 군대에서도 채식 위주 식단이 제공된다. 12월27일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채식을 원하는 병사들을 위해 고기나 햄 등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식단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추석을 맞아 경기 양주 25사단을 방문해 신병교육대대 장병들에게 배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6. 죽어서야 수족관을 벗어난 고래들 벨루가 ‘루이’, 큰돌고래 ‘안덕’과 ‘고아롱’. 모두 올해 수족관에서 삶을 마감한 고래들이다. 2020년은 유난히 고래들의 죽음이 이어진 한 해였다. 7월21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 루이가 12살 나이로 단명한 데 이어, 다음날인 22일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고아롱이 폐사했다. 제주 마린파크에서도 큰돌고래 안덕이 8월에 폐사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더 늦기 전에 고래류 사육시설 점검과 야생 방류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벨루가의 등에 올라탄 조련사. 핫핑크돌핀스 제공
7. 아직도 반달곰을 먹겠다는 사람들 6월 경기도의 한 사육곰 농가가 곰을 불법적으로 도살하여 판매한 현장이 동물단체에게 포착됐다. 경기도 용인, 여주 등에서 사육곰 100여 마리를 이 농가는 “당일 채취한 웅담을 한정 수량으로 순착순 판매”한다는 광고로 소비자를 모집해 현장에서 곰을 도살, 도축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경기도 여주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곰을 불법적으로 도살, 판매한 현장이 적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8. 살아남은 돼지 새벽이의 집이 생기다 경기도 한 종돈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에게 새로운 삶터가 마련됐다. 국내 최초의 농장동물 생츄어리(Sanctuary∙보금자리)가 마련된 것. 2019년 7월 경기도 화성시 한 돼지농가에서 동물권단체 디엑스이 코리아(DxE Korea)의 공개구조로 세상에 나온 새벽이는 그동안 활동가의 자택, 동물보호소 등에서 지냈으나 몸무게가 100㎏에 육박하게 자라나 평생의 보금자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한 종돈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가 5월25일 새 삶터인 ‘새벽이 생츄어리’에 도착해 진흙목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9. “어류도 고통을 느끼는 동물” 동물권 인식이 어류의 고통까지 확대된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 초 동물·환경단체는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의 주최인 재단법인과 화천군수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2km 얼음 벌판 아래 굶주린 양식 산천어들을 풀어놓고, 인위적으로 잡는 행위가 불필요한 상해와 죽음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져 질식사 시키는 집회를 벌였다. 미래 수산 tv 갈무리
10. 끝나지 않은 실험동물의 비극 국내서는 낯선 ‘고양이 실험’의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에서 2015년부터 3년 간 진행한 난청 보조기구 실험에서 고양이들이 인공적으로 귀가 먼 뒤 방치되다 고통사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실험에 동원됐던 고양이 6마리는 열악한 사육환경 탓에 허피스, 구내염 등을 앓다가 실험이 종료되자 안락사 됐다. 실험동물 공급처가 불분명해 유기·유실 동물 의혹도 제기됐다. 담당 교수는 지난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경북대 수의대학 번식실습에 이용된 ‘건강이’는 난소종양, 유선종양, 자궁내막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수술 뒤에도 한 달 넘게 실습에 이용되다 사육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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