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호주 산불과 코알라 그리고 기후변화
서식자와 산불 발생지 80% 겹쳐, 개체 수 30% 사망 추정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먼 나라 일 아닌 우리에게 닥칠 미래”
서식자와 산불 발생지 80% 겹쳐, 개체 수 30% 사망 추정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먼 나라 일 아닌 우리에게 닥칠 미래”

호주 고유종인 코알라는 산불 지역이 서식지와 겹친 데다 움직임이 굼떠 특히 큰 피해를 봤다. 지난 7일 산불이 휩쓴 호주 애들레이드 남서부의 캥거루섬에서 야생동물 구조요원이 코알라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산불 지역에서 구조 직전의 코알라 ‘엘렌버러 루이스’. 심한 화상으로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전례 없는 재앙적 사태” 지난 9월부터 계속되는 호주 산불은 12일까지 남한 면적을 넘어서는 1100만㏊를 태우면서 2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00채 이상의 집을 잿더미로 바꾸었다. 숲 속에 살던 야생동물 피해도 막대하다. 크리스 디크먼 시드니대 교수는 “이번 산불로 뉴사우스웨일즈에서만 8억 마리, 호주 전체로는 10억 마리 이상의 포유류, 새, 파충류 등 야생동물이 죽을 것”이라고 6일 <호주 공공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2주 전 피해 야생동물 수를 4억8000만 마리로 추정했지만 산불 확산에 따라 수정했다. 이 추정은 2007년 세계자연기금(WWF)이 지역개발의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에 근거를 두었다. 그는 “당시에는 개구리, 곤충, 무척추동물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산불 피해는 예측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피해의 규모나 속도, 면적에서 전례 없는 재앙적 사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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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2일 현재 호주의 산불 현황(위)과 코알라 서식지. 대부분 겹친다. 파이어 워치, 호주 코알라 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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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들 크리크에서 구출된 코알라가 한 손에 생수병을 움켜쥔 채 소방대원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고 있다. 오크뱅크 밸라나 카운티 소방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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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지역에서 구조한 캥거루 새끼들에게 우유를 주는 구조 자원봉사자들. 레스큐 콜렉티브스 페이스북 제공.
‘곧 맞이할 기후재앙’ 이번 산불 재앙은 기록적인 가뭄과 고온·강풍이 겹친 데다 말라 쌓인 덤불이 불쏘시개 구실을 하면서 악화했다. 이상 가뭄과 고온 현상은 기후변화가 원인임이 과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역대 가장 더웠던 6일이 모두 12월에 나타났으며 그달의 강수량 또한 역대 최저라고 밝혔다.

애들레이드 산불 지역에서 불을 끄는 소방대원 곁으로 불을 피한 코알라 한 마리가 다가와 앉아 있다. 에덴 힐스 카운티 수방대 페이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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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네스 호 자연보호구에서 화상 입은 채 구조된 코알라 ‘피터’. 포트 매커리 코알라 병원 페이스북 제공.
♣코알라는 어떤 동물?
-곰과는 거리가 먼 유대류로 호주에만 서식한다. ‘코알라’란 말은 원주민 말의 ‘물을 마시지 않는’에서 기원했다.
-유칼리(유칼립투스) 잎만 먹는다. 700종에 이르는 이 나무 가운데 한 종 또는 2∼3종만 먹어, 그 종이 사라지면 굶어 죽는다.
-유칼리 잎은 독성이 있고 섬유질이 많으며 영양가가 낮다. 독성을 분해하고 큰창자에서 섬유질이 발효되길 기다리며 하루 18∼22시간 잔다.
-먹이의 영양가가 낮아 체중 대비 두뇌의 크기가 가장 작은 동물에 속한다. 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다.
-거친 잎을 씹느라 이가 쉽게 닳지만 새로 나지 않아 결국 굶어 죽는다. 수명은 야생에서 10년가량으로 짧다.
-태어난 새끼는 2㎝에 불과하다(어미는 60∼85㎝, 4∼15㎏). 주머니 속에서 6∼7달 젖을 먹고 자란 뒤 1∼3년 동안 어미의 등이나 배에 붙어 지낸다.
-먹이 조달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마리당 연간 2억원) 호주 밖에선 일본 등 6개국 동물원에만 있다. 우리나라엔 없다.
*자료=호주 코알라 협회,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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