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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학교폭력 논란…‘사즉생’ 각오로 해결 임해야

등록 2021-02-14 15:55수정 2021-02-18 08:31

이정국의 사람‘인’사이드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배구연맹 제공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 기간 배구계는 느닷없는 ‘학교폭력’이라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연휴를 앞두고 여자 프로배구 선수에 대한 학교폭력 ‘미투’가 터지더니, 13일에는 남자 배구 선수에 대한 학폭 미투가 추가로 폭로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구단의 핵심 선수여서 그 파장은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폭로 글이 올라온 뒤 구단과 한국배구연맹이 발 빠르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연휴기간 공식 사과 입장문과 재발방지책을 낸 것은 의미있는 위기관리라 보여진다. 지난해 트라이애슬론의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뒤 폭력에 민감해진 스포츠계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람직한 변화다.

이제 남은 것은 해당 선수들의 징계 수위와 절차다. 소속 구단들이 징계 절차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힌 만큼 징계는 불가피하다. 구단 자체의 징계에 더해 배구연맹 차원의 공식 징계도 관심사다. 규정에 따르면 배구연맹은 선수 잘못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져 경고부터 제명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인터넷 상에는 선수 자격을 박탈하라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다. 사과가 미흡하다는 얘기도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추가 폭로와 비판이 이어진다. 여자 선수에게 가해를 당했다는 최초 폭로자 외에 또 다른 피해자는 구단과 선수의 사과 뒤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해 선수와) 함께 생활할 수 없어 산으로 도망쳤다. 잠잠해지길 기다리면 하나씩 더 올라올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남자 선수의 학폭을 고발한 피해자도 14일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는 중이다. 가해 선수가 이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향후 경기 출전을 중단하겠다. 평생 반성하겠다”고 밝힌 뒤 구단이 출전 중단 방침을 수용했지만, 여론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구단과 가해 선수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10년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두고 현재 리그에서 뛰는 프로 선수의 자격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자칫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한 배구계 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수들이 잘못을 한 것은 분명하나, 과거의 잘못 때문에 선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종목 단체에서 영구 제명 같은 최고 수위의 징계는 최근 성폭행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은 유도의 왕기춘이나, 쇼트트랙의 조재범 코치 사례처럼 중범죄가 드러났을 경우에 내려진다. 케이비오(KBO)는 승부 조작 사건 연루자들의 선수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모두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들이다.

학교폭력의 경우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제재 수위가 무거워지는 추세다. 2018년 한 프로야구 선수는 학교폭력 전력으로 구단으로부터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던 한 고등학교 야구 선수가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면서 구단에 입단하지 못했다.

구단과 연맹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여론이 들끓지 않도록 합당한 수준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초·중·고 운동 선수 6만321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4.7%가 신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유사한 폭로가 계속 나온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구조다. 회피하지 않고 사태를 정면으로 뚫고 나가는 ‘사즉생’의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가해 선수들도 징계를 받은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향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봉사 활동 등 실천적 노력을 통해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꽁꽁 얼어 붙은 팬들과 피해자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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