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지난 9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한 초·중·고교생 비율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과 사이버 폭력 비중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신체 폭력을 당한 학생은 더욱 늘었다.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전북교육청은 자체 추진)이 14일 발표한 ‘2023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조사 대상자(317만명)의 1.9%다. 인원수로는 5만9천명에 이른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난해 1.7%보다 0.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13년(2.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해 비대면 수업이 잦았던 2020년 0.9%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지만, 이듬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올해는 코로나 이전에 견줘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학교폭력을 했다는 ‘가해’ 응답 비율도 1.0%(3만300명)로 2013년(1.1%) 이후 가장 높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3년부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해마다 두 차례 벌이는 조사로, 1차는 전수조사, 2차는 표본조사로 이뤄진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10∼5월10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317만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특히 신체폭력이 늘었다. 언어폭력은 37.1%로 여전히 가장 많은 학교폭력 유형이었으나 한해 전(41.8%)보다는 그 비중이 줄었다. 반면 신체 폭력을 당했다는 비중은 17.3%로 2022년 조사(14.6%)보다 2.7%포인트 늘었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신체폭력 증가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소되고 대면 수업이 늘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이어 집단 따돌림(15.1%), 강요(7.8%), 사이버 폭력(6.9%), 스토킹(5.5%), 성폭력(5.2%), 금품 갈취(5.1%)가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생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생 3.9%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중학생은 1.3%, 고등학생은 0.4%였다. 중·고등학생은 대개 학교폭력 피해 신고가 이뤄진 경우를 피해 상황으로 보지만, 초등학생은 피해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까지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 상황을 인식하는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폭력 피해를 본 학생 중 92.3%는 보호자나 친척, 학교 교사, 친구나 선·후배, 학교 전담 경찰관 등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주변에 신고하지 않은 비율도 7.6%나 됐다. 학교폭력 피해를 보고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니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8.7%)가 가장 많았고,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학생이 21.4%로 두 번째였다.
교육부는 올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늘어난 것을 두고 조사가 이뤄진 시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연석 실장은 “조사가 이뤄진 올해 4∼5월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됐고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도 이뤄지는 등 학교폭력이 강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 시기였다. 사회적 민감도가 인식 조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인식 변화로만 학교폭력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진 탓에 또래와 관계를 맺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이런 상태로 등교가 재개되면서 갈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교육 등 학생들이 받는 압박이 커지는 것 또한 폭력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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