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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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새내기 왼손투수 김광현 류현진 형과 닮았다고들 하는데… 프로야구가 한참 인기있던 1994년. 일곱살 유치원생 한 꼬마가 아버지 손을 잡고 난생 처음 잠실구장을 찾았다. 어렸지만, 녹색의 싱그런 잔디가 깔려있는 드넓은 야구장과 꽉찬 관중에 소년은 단박에 매료됐다. 그리고, 소년은 처음 이상훈(2004년 SK에서 은퇴)을 봤다. 갈깃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로 힘차게 뛰어 올라가던 모습은 소년의 여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소년도 왼손잡이였다. 그때 불현듯 생각했다. ‘나도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야구팬이던 아버지는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를 가자, 초등학교 2학년이던 소년을 안산리틀야구단에 입단시켰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어 신인으로 꼽히는 김광현(19·SK)은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다. “단체로 기합받고 맞는 게 두려워서” 학교 야구부가 아닌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지만, 안산 중앙중학교에 입학한 뒤 야구부에 들어서 생전 처음 기합을 받을 때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야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3학년이던 지난해 9월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류현진(20·한화)에 이은 제2의 괴물신인 탄생을 예고했다. “(류)현진이 형은 늘 마음을 비운 듯한 투구를 해요. 경기에 이겨도, 져도 한결같죠. 그 점이 놀라워요.” 흥미롭게도, 김광현의 장점도 “신인인데도 마운드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박철영 SK 배터리코치)이다. 김광현 본인도 “남들이 모두 긴장할 때, 나는 긴장을 안하는 것”이 자신의 최대무기라고 했다. 큰 키의 좌완투수라는 점부터 긴장을 안하는 것까지…. 여러모로 류현진과 닮았다. 그의 첫 공식경기 데뷔전(17일 광주 KIA전) 투구성적은 4이닝 2피안타 4탈삼진 5볼넷 무실점. 김광현은 “컨트롤이 안돼 볼넷이 많았던 게 너무 속상했다”며 불만족스러워했다. 김광현은 직구와 커브, 그리고 낙폭이 큰 슬라이더가 일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슬라이더는 “한국시리즈에서 결정구로 쓸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단다. 일곱살 꼬마팬에서 만 열아홉살 프로선수로 성장했지만, 김광현의 머릿 속에는 아직도 이상훈이 있다. 고교 2학년 때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인하대와의 연습경기에서는 이상훈처럼 한다고 “패기있고 근성있는 힘찬 모습으로” 외야불펜에서 마운드까지 뛰어나갔다가 “너무 힘들고 숨이 차서” 공을 제대로 던질 수가 없었던 경험도 했다. 그만큼, 이상훈이 좋다. 프로로서의 각오를 물었더니 되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신인왕에도 오르고, 또 나중에 화려한 은퇴식을 갖는 거요.” 15년 뒤 쯤에나 갖게 될 ‘화려한 은퇴식’을 향한 그의 첫 프로생활은 과연 어떨까. 김광현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엘지(LG)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SK 새내기 왼손투수 김광현 류현진 형과 닮았다고들 하는데… 프로야구가 한참 인기있던 1994년. 일곱살 유치원생 한 꼬마가 아버지 손을 잡고 난생 처음 잠실구장을 찾았다. 어렸지만, 녹색의 싱그런 잔디가 깔려있는 드넓은 야구장과 꽉찬 관중에 소년은 단박에 매료됐다. 그리고, 소년은 처음 이상훈(2004년 SK에서 은퇴)을 봤다. 갈깃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로 힘차게 뛰어 올라가던 모습은 소년의 여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소년도 왼손잡이였다. 그때 불현듯 생각했다. ‘나도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야구팬이던 아버지는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를 가자, 초등학교 2학년이던 소년을 안산리틀야구단에 입단시켰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대어 신인으로 꼽히는 김광현(19·SK)은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다. “단체로 기합받고 맞는 게 두려워서” 학교 야구부가 아닌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지만, 안산 중앙중학교에 입학한 뒤 야구부에 들어서 생전 처음 기합을 받을 때도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야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3학년이던 지난해 9월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류현진(20·한화)에 이은 제2의 괴물신인 탄생을 예고했다. “(류)현진이 형은 늘 마음을 비운 듯한 투구를 해요. 경기에 이겨도, 져도 한결같죠. 그 점이 놀라워요.” 흥미롭게도, 김광현의 장점도 “신인인데도 마운드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것”(박철영 SK 배터리코치)이다. 김광현 본인도 “남들이 모두 긴장할 때, 나는 긴장을 안하는 것”이 자신의 최대무기라고 했다. 큰 키의 좌완투수라는 점부터 긴장을 안하는 것까지…. 여러모로 류현진과 닮았다. 그의 첫 공식경기 데뷔전(17일 광주 KIA전) 투구성적은 4이닝 2피안타 4탈삼진 5볼넷 무실점. 김광현은 “컨트롤이 안돼 볼넷이 많았던 게 너무 속상했다”며 불만족스러워했다. 김광현은 직구와 커브, 그리고 낙폭이 큰 슬라이더가 일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슬라이더는 “한국시리즈에서 결정구로 쓸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단다. 일곱살 꼬마팬에서 만 열아홉살 프로선수로 성장했지만, 김광현의 머릿 속에는 아직도 이상훈이 있다. 고교 2학년 때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인하대와의 연습경기에서는 이상훈처럼 한다고 “패기있고 근성있는 힘찬 모습으로” 외야불펜에서 마운드까지 뛰어나갔다가 “너무 힘들고 숨이 차서” 공을 제대로 던질 수가 없었던 경험도 했다. 그만큼, 이상훈이 좋다. 프로로서의 각오를 물었더니 되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신인왕에도 오르고, 또 나중에 화려한 은퇴식을 갖는 거요.” 15년 뒤 쯤에나 갖게 될 ‘화려한 은퇴식’을 향한 그의 첫 프로생활은 과연 어떨까. 김광현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엘지(LG)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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