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헌은 누구 △생년월일=1980년 5월9일 △ 신체조건=1m83·73㎏ △ 출신학교 및 소속=광주체고-한체대-상무-대한주택공사 △ 경력 및 성적=2003년부터 국가대표. 2004 세계선수권 2위, 2004 아테네올림픽 21위, 2005 아시아선수권 3위, 2006 월드컵 6차 2위, 2007 아시아선수권 1위
“5개 종목이 모여 하나되죠” 올림픽 첫 메달 도전
중학교땐 2종선수…대학졸업뒤 국가대표 ‘꽃망울’
중학교땐 2종선수…대학졸업뒤 국가대표 ‘꽃망울’
[36.5˚C 데이트] 근대5종 이춘헌
“5개 종목이 모여 ‘하나’가 됐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춘헌(27·대한주택공사)을 만나기 전, 이영찬 근대5종 대표팀 코치는 잊지말라며 이 말을 했다. ‘5개 종목 점수를 더한 결과로 순위를 정하는데, 당연한 얘기 아닐까?’ 싶었다. 그리곤 이춘헌을 만났다. 어느 정도 얘기가 오고갔을 무렵, 준비했던 물음을 던졌다. “5개 종목 중 가장 자신있고 잘하는 건 어떤 겁니까?” 이춘헌은 한참 머뭇거렸지만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아차!’ 하던 순간이었다.
“잘 하는 게 없으니, 잘 하는 겁니다” =근대5종은 사격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를 하루 안에 모두 치러 순위를 가린다. “경기당일 컨디션, 체력분배, 마인드 컨트롤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종목과 종목은 서로 얽혀있고, 선수가 어찌 하지 못하는 변수도 많다. 먼저 치른 4종목의 결과는 마지막 크로스컨트리의 출발순서를 결정하고 승마는 단일종목 승마와 달리 대회 현지에서 추첨을 통해 말을 배정받는다. 1분 동안 1점을 먼저 내야 이기는 펜싱에선 점수가 나지 않을 경우, 두 선수 모두 패한 것으로 한다. 한두 종목에 특출해서는 좋은 성적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 “잘 하는 게 없다”는 말은 5개 종목에 고루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두번의 벽을 뚫다 =어린 시절 “축구 달리기 가릴 것 없이 학교를 휩쓸고 다녔던” 이춘헌은 전남 담양을 떠나 광주체중에 들어갔다. “저보다 운동 잘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수영선수로 입학해 2학년 때 육상을 겸해 2종 선수가 된 이춘헌은 6년 뒤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한국체대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그저 “운동이 좋아서” 체중-체고-체대를 지나온 그는 그 때 ‘대충해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단 ‘국가대표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사실 대학 때도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거든요. 한명 한명을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결국 대학을 졸업한 2003년이 돼서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늦게 발동걸리는 스타일” =이춘헌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이 돼서야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이에요. 승부에 대한 근성도 더 키워야 하구요.” 이춘헌은 13일 일본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근대5종선수권에서 2관왕에 올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2004년 아테네에 이은 두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당시 이춘헌은 올림픽 직전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하며 메달 기대가 높았다. “몰려든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때 관심을 좀 덜 받았더라면 성적(21위)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덧 대표팀에 몸 담은 지 5년. 한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수영선수로 날 소개했다”던 그는 근대5종 사상 한국의 첫 메달을 노리는 유명인이 됐다. 이젠 “그런 관심들이 부담 아닌 응원으로 들리기 시작했다”며 웃는다.
만능스포츠맨 이춘헌이 자신감과 여유마저 깨우쳤으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빗속을 뚫고 체력훈련장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글·사진 성남/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만능스포츠맨 이춘헌이 자신감과 여유마저 깨우쳤으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빗속을 뚫고 체력훈련장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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