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신인 투수 이의리. 기아 타이거즈 제공
광주 대성초 3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던 야구. “못해서 싫었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밌던 적이 더 많아서 싫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에게 야구는 배움의 연속이지만 그 배움은 늘 흥미롭다. 그래서 스펀지처럼 쏙쏙 잘 흡수하는지도 모른다. 아마추어 시절 ‘으리으리했던’ 이의리(19·KIA 타이거즈)는 프로에서도 ‘으리으리한’ 모습이다.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처음 입는다. 코로나19 탓에 청소년대표팀으로 활약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이 첫 태극 마크다.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게 너무 재미있다”는 이의리를 최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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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되지 않는 강심장
이의리는 마운드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칠테면 쳐봐라’ 식으로 몸쪽으로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진다. 고교 때부터 그랬단다. 이의리는 “삼성전(6월8일) 때 1회 3점을 내준 뒤 복잡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서 이후부터 단순하게 가려고 했다. 요즘 들어 ‘한 번 쳐봐라’ 라는 식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동현 〈에스비에(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의리는 공격적으로 타자들과 잘 붙는다. 피하려고 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고 했다.
6일 현재 이의리의 성적은 4승3패 평균자책점 4.19. 프로 데뷔 달인 4월(평균자책점 2.42)과 달리 5월 삐끗(평균자책점 7.56)했으나 6월 이후 회복되고 있다. 이의리는 “입단 전부터 프로 무대가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 잘 안 되는 것 같다. 타자의 무서운 점이 아니라 나의 강점만 보고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팀 타율 9위(0.250)인 타선의 득점 지원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득점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내가 막을 수 있는 부분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점 차로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잘하게 야수들의 실책이 이어지는 것도 “내가 선두타자에게 볼넷 등을 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인 풀타임 첫해라서 많은 이닝 소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물론 있다. 정명원 기아 투수코치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등판시키면서 이닝을 조절해 주고 있다. 시즌 전체로 보면 120이닝 정도만 던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아 타이거즈 이의리가 투구 때 가장 자신 있는 그립(패스트볼)을 선보이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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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연마한 체인지업
이의리는 광주일고 시절부터 회전 운동을 좋아했다. 고교 3학년 때부터 몸에 줄을 감고 투구폼 그대로 하는 섀도 피칭을 반복했는데 자신에게 제일 맞는 훈련법 같다고 한다. 이의리는 “훈련을 하면 몸이 좋아지는 게 보여서 싫어도 하는 편이다. 어차피 해야 할 거 그냥 열심히 해보자 생각한다”고 했다.
매 훈련에 성심을 다해서일까. 이의리의 습득력은 아주 빠르다. 정명원 코치는 “스프링캠프 처음 참가 때만 해도 변화구 제구가 안 됐다. 그런데 단시일 내에 빠르게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 습득력이 최고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이의리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뭐든지 조금씩 익혀가니까 나아졌다. 계속하면 좋아지는 편인 것 같다”고 했다. 귀를 열어 조언을 잘 새겨듣고 몸으로 체득해 나간다고 하겠다.
이의리는 최고 구속 시속 151㎞의 빠른 패스트볼에 체인지업까지 터득하면서 우타자 상대 무기가 생겼다. 심재학 〈엠비씨(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의리는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동안 꾸준하게 평균 구속 시속 146㎞를 유지 중이다. 그런데 단시간에 체인지업을 자기 구종으로 만들고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좌타자한테도 체인지업을 던진다”고 했다. 우타자는 속구와 체인지업, 좌타자는 속구와 슬라이더로만 상대했던 패턴에 변화가 오면서 상대 타자와 수 싸움에서 더욱 유리해졌다.
이동현 해설위원은 “속구, 체인지업과 더불어 커브 또한 11시에서 5시 방향으로 떨어진다. 커브까지 제구가 잡히면 더 무서운 투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의리 또한 이를 잘 안다. 이의리는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자꾸 힘이 들어가고 속구, 체인지업 비율이 높아서 풀카운트까지 자주 간다. 슬라이더, 커브를 잘 던질 수 있으면 풀카운트까지 안 갈 것 같다”고 했다. 체인지업 습득력을 볼 때 커브 또한 조만간 완성형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이의리의 성장 속도를 보면서 “아직은 프로에서 60~70% 정도밖에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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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과 친해…롤모델은 양현종
이의리는 요즘 팀 선배 최원준(24)과 가깝게 지낸다. 투수와 야수의 관계지만 최원준으로부터 배우는 게 많다. 이의리는 “상대팀 투수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타자 입장에서 보는 투수의 수 싸움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고 했다. 광주일고 1년 선배인 정해영(20) 또한 잘 챙겨주는 편이다. 이의리의 롤모델은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 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 “인성에서, 실력에서 항상 논란이 없는 선배”여서 그렇다.
이의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처음 발탁됐을 당시 “내가 뽑히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실감은 안 난다.” 대표팀 내 포지션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나갈 수 있다. 최일언 올림픽 대표팀 투수코치는 “속구 구속때문에 이의리는 발탁됐다. 여차하면 경기 첫 번째 투수로도 나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의리는 “외국 선수들과 처음 상대해 보는데 프로 처음 때처럼 내 공의 강점만 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의리는 야구를 “일상”이라고 했다. 늘 숙제가 있는 일상. 그는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한”, “야구를 더 재밌게 하기 위한” 길을 찾아왔다. 이의리의 야구는 무한 성장형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