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높은 드라마 <시티홀>에서 배우 차승원씨는 서른아홉살의 젊고 야심만만한 지방 도시 부시장으로 나온다. 과연 현실 속 부시장들은 어떨까? 정치적 역할을 맡는 정무부시장의 경우 40대 초반도 적지 않아 39살 부시장이 없으란 법은 없다. 사진 SBS 제공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드라마 ‘시티홀’로 본 그들만의 세계
드라마 ‘시티홀’로 본 그들만의 세계
모든 공적 시장에 돌리고 악역 도맡아
연령층 다양하지만 현재 여성은 0명 이런 부시장도 있다. 잘생긴 얼굴에 ‘까칠’해도 매력적인 성격,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동시에 ‘패스’한 공부의 달인, 목표를 한번 정하면 어떤 외압에도 끄떡 않은 뚝심까지. ‘인주시’의 부시장이다. 지도를 들여다봐도 소용없다. 요즘 인기 높은 에스비에스 드라마 <시티홀>에 나오는 가상도시 인주시의 부시장, 배우 차승원씨가 연기하는 극중 조국 부시장 이야기다. 공직사회의 내면을 해학과 풍자의 빛깔로 그려 인기가 높은 드라마 <시티홀>은 ‘부시장’을 소재로 삼은 첫 드라마다. 극중 부시장의 나이는 불과 39살. 그러면 과연 조국 부시장 같은 젊은 부시장이 실제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 부시장, 어떻게 뽑고 무슨 일을 할까? 실제 시민들은 부시장이란 존재를 언론 보도에서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진짜 부시장을 연구했어야 할 차승원씨도 한 인터뷰에서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 “부시장님들이 어떻게 입는지 잘 모르겠다. 양복을 입을 것 같긴 하고…”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실제 부시장들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90명의 부시장이 있다. 시장은 7개의 특별·광역시와 75개의 일반시를 합해 총 82명인데 부시장은 그보다 약간 더 많다. 일반시는 부시장과 시장의 수가 각 1명으로 같지만, 특별·광역시는 그렇지 않다. 서울은 3명, 부산·대구·인천 등 6개 광역시는 부시장이 2명씩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특별시는 3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시장을 둘 수 있으며, 광역시는 2명, 일반시는 1명을 둘 수 있다. 부시장은 시장의 제청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방자치법은 부시장의 직무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보좌하여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장이 △궐위(직위나 관직이 빔)된 경우 △공소가 제기돼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병원에 60일 이상 입원한 경우에는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시장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거나, 출장·휴가를 떠날 경우에도 부시장이 시장의 권한과 직무를 대리한다. 부시장이 2명 이상인 특별·광역시의 경우 부시장은 ‘행정부시장’과 ‘정무부시장’으로 나뉜다. 행정부시장은 인사·기획·회계·감사·교육 등 시정 행정 전반에 걸친 업무를 담당하고, 정무부시장은 국회·의회·정당 활동 등의 정치행위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다. 부시장이 3명인 서울에는 행정부시장 2명에 정무부시장 1명이 있다. 행정1부시장은 인사, 환경, 복지, 문화 등 일반행정 분야를 담당하고, 행정2부시장은 교통, 도시계획, 주택 등 기술행정 분야를 담당한다. 쉽게 말해 ‘문과’와 ‘이과’로 업무가 나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시장이나 일반시의 부시장들은 중앙부처나 도청에서 20여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발탁된다. 정치인 출신 시장들의 경우는 더더욱 공직자 출신 부시장을 기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족한 행정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시장이 행정통이면 그 반대 경우도 성립한다. 정통 관료 출신인 고건 전 서울시장은 삼성물산 부회장과 삼성 중국본사 회장을 지낸 이필곤씨와 강홍빈 시립대 교수(도시공학)를 행정1부시장에 앉히기도 했다. ■ 차승원처럼 젊은 부시장, 정말 있을까? 우리나라 부시장들은 거의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젊은 부시장으로는 40대 초반 부시장도 있다. 정구창 전 사천부시장은 2007년 43살에 부시장에 임명됐고, 정 전 부시장에 이어 올 초 취임한 최만림 현 사천부시장도 43살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기용되는 정무부시장들은 더욱 젊은 경우도 있었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1997년 조순 전 시장 시절 41살에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정태근, 김희완 전 부시장이 그 예다. 드라마 <시티홀>의 39살 조국 부시장과 비교해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30대 부시장도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 현 90명의 부시장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 나이가 다양한 편인데 유독 여성 부시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0%를 넘어섰지만 부시장만은 남성들의 전유물인 것이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여성 부시장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시장 당선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성 부시장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무직 고위공무원인 시장과 별정직 공무원인 정무부시장과 달리 행정부시장이나 일반시의 부시장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이다. 지방공무원 가운데 최고위 직업 공무원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는 무척 어렵고 힘든 자리로 꼽힌다. 철저히 2인자의 자세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튀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숨어서도 안 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전직 광역시 부시장은 “모든 공이 시장에게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조조정이나 싫은 소리 등 시장이 하기 어려울 수 있는 업무에선 악역을 도맡아야 한다”며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같은 존재가 바로 부시장”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연령층 다양하지만 현재 여성은 0명 이런 부시장도 있다. 잘생긴 얼굴에 ‘까칠’해도 매력적인 성격,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동시에 ‘패스’한 공부의 달인, 목표를 한번 정하면 어떤 외압에도 끄떡 않은 뚝심까지. ‘인주시’의 부시장이다. 지도를 들여다봐도 소용없다. 요즘 인기 높은 에스비에스 드라마 <시티홀>에 나오는 가상도시 인주시의 부시장, 배우 차승원씨가 연기하는 극중 조국 부시장 이야기다. 공직사회의 내면을 해학과 풍자의 빛깔로 그려 인기가 높은 드라마 <시티홀>은 ‘부시장’을 소재로 삼은 첫 드라마다. 극중 부시장의 나이는 불과 39살. 그러면 과연 조국 부시장 같은 젊은 부시장이 실제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 부시장, 어떻게 뽑고 무슨 일을 할까? 실제 시민들은 부시장이란 존재를 언론 보도에서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진짜 부시장을 연구했어야 할 차승원씨도 한 인터뷰에서 옷차림을 묻는 질문에 “부시장님들이 어떻게 입는지 잘 모르겠다. 양복을 입을 것 같긴 하고…”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실제 부시장들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90명의 부시장이 있다. 시장은 7개의 특별·광역시와 75개의 일반시를 합해 총 82명인데 부시장은 그보다 약간 더 많다. 일반시는 부시장과 시장의 수가 각 1명으로 같지만, 특별·광역시는 그렇지 않다. 서울은 3명, 부산·대구·인천 등 6개 광역시는 부시장이 2명씩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특별시는 3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시장을 둘 수 있으며, 광역시는 2명, 일반시는 1명을 둘 수 있다. 부시장은 시장의 제청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방자치법은 부시장의 직무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보좌하여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장이 △궐위(직위나 관직이 빔)된 경우 △공소가 제기돼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 △병원에 60일 이상 입원한 경우에는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시장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거나, 출장·휴가를 떠날 경우에도 부시장이 시장의 권한과 직무를 대리한다. 부시장이 2명 이상인 특별·광역시의 경우 부시장은 ‘행정부시장’과 ‘정무부시장’으로 나뉜다. 행정부시장은 인사·기획·회계·감사·교육 등 시정 행정 전반에 걸친 업무를 담당하고, 정무부시장은 국회·의회·정당 활동 등의 정치행위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다. 부시장이 3명인 서울에는 행정부시장 2명에 정무부시장 1명이 있다. 행정1부시장은 인사, 환경, 복지, 문화 등 일반행정 분야를 담당하고, 행정2부시장은 교통, 도시계획, 주택 등 기술행정 분야를 담당한다. 쉽게 말해 ‘문과’와 ‘이과’로 업무가 나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시장이나 일반시의 부시장들은 중앙부처나 도청에서 20여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발탁된다. 정치인 출신 시장들의 경우는 더더욱 공직자 출신 부시장을 기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족한 행정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시장이 행정통이면 그 반대 경우도 성립한다. 정통 관료 출신인 고건 전 서울시장은 삼성물산 부회장과 삼성 중국본사 회장을 지낸 이필곤씨와 강홍빈 시립대 교수(도시공학)를 행정1부시장에 앉히기도 했다. ■ 차승원처럼 젊은 부시장, 정말 있을까? 우리나라 부시장들은 거의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젊은 부시장으로는 40대 초반 부시장도 있다. 정구창 전 사천부시장은 2007년 43살에 부시장에 임명됐고, 정 전 부시장에 이어 올 초 취임한 최만림 현 사천부시장도 43살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기용되는 정무부시장들은 더욱 젊은 경우도 있었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1997년 조순 전 시장 시절 41살에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정태근, 김희완 전 부시장이 그 예다. 드라마 <시티홀>의 39살 조국 부시장과 비교해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30대 부시장도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 현 90명의 부시장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 나이가 다양한 편인데 유독 여성 부시장은 단 한 명도 없다.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0%를 넘어섰지만 부시장만은 남성들의 전유물인 것이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여성 부시장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시장 당선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성 부시장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무직 고위공무원인 시장과 별정직 공무원인 정무부시장과 달리 행정부시장이나 일반시의 부시장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 공무원이다. 지방공무원 가운데 최고위 직업 공무원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 ‘1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는 무척 어렵고 힘든 자리로 꼽힌다. 철저히 2인자의 자세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튀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숨어서도 안 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전직 광역시 부시장은 “모든 공이 시장에게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조조정이나 싫은 소리 등 시장이 하기 어려울 수 있는 업무에선 악역을 도맡아야 한다”며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같은 존재가 바로 부시장”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