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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수사 때문에 ‘못 뽑나’ 국세청 개편 때문에 ‘안 뽑나’

등록 2009-05-07 19:23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국세청장 넉달째 공석 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에 나선 검찰이 국세청 건물에 압수수색을 위해 들이닥친 6일,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당혹감에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넉 달째 조직 수장인 국세청장이 공석중인 상황에서 검찰이 몰아치는 것에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12층 청장실은 넉 달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주성·전군표 청장이 비리 연루로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자 지난해 한상률 청장은 투명행정을 펼치겠다며 14층 청장실을 12층으로 옮기고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구조로 확 바꿔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사무실 공사에만 7억원 이상을 쓰는 바람에 대표적인 전시성 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한 청장 자신도 이른바 ‘그림 로비’와 인사 청탁성 골프 파문으로 중도 퇴진하고 말았다. 이후 국세청은 허병익 차장이 청장 직무대행을 맡는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벌써 직무대행 넉 달째, 그사이 몇 차례 후임 청장이 결정될 듯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없던 일이 되어버리며 예상 이상으로 국세청장 인선은 늦어지고 있다.

흔히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권력의 ‘빅 4’로 꼽히는 국세청장 자리가 이렇게 오래 비어 있는 이유는 뭘까?

현재 국세청 주변에선 정권이 점찍은 후보자들이 ‘박연차 리스트’에 들어 있기 때문이란 소문이 나돈다. 박연차 회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하려고 국세청에 선을 대려 했다는 정황증거들이 나오는 마당이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선뜻 청장 인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박 회장의 지역 연고와 정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국세청 내 ‘영남권’ 인사들을 겨냥한 흔적이 짙다.

현재 국세청 요직을 장악한 대구·경북(TK) 세력의 얼굴 격인 인물은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이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경북고와 영남대를 나온 이 청장은 국세청 안에선 언젠가는 청장에 오를 인사로 꼽힌다. 이 청장은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실(현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본청 조사국장으로 복귀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검찰이 참여정부의 핵심에 칼끝을 겨눌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정권 핵심의 관심이 남다를 것이란 추측이 파다하다.

이 서울국세청장의 무게감이 커지면서 허병익 청장 직무대행이 당연히 승진할 것이란 예상도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다. 국세청 티케이들이 허 직무대행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허 직무대행이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와 가깝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이 이런 분위기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장 인사에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지난해 말 구성된 청와대 소속 ‘국세청 선진화 태스크포스’가 최근 작업을 마무리해 대통령 최종 보고만을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태스크포스팀이 마련한 개선안은 ‘본청→지방청→세무서’의 삼중 구조를 ‘본청→세무서’ 이중 구조로 단순화하고 외부 감시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국세청 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선진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그에 맞춰 후임 청장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국세청의 한 인사는 “이번 박연차 수사에서 국세청의 힘을 똑똑히 본 만큼 여러 청장 후보 카드를 놓고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후임 청장이 조직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할 인물이어야 하므로 최고 권력자로선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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