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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원수 추대? 참 별일이네

등록 2009-04-16 19:05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백선엽 만주군 경력·임명 시기 등 논란
제2차 세계대전 뒤 잿더미가 된 유럽 부흥계획인 마셜 플랜을 제안한 조지 마셜,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미국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들은 오성장군인 육군 원수(General of the Army)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이들을 포함해 육군 4명과 해군 4명, 공군 1명 등 모두 9명의 원수가 배출됐다. 이들이 임명된 시기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1945년이다.

원수는 세계대전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동맹국 전력을 통합한 연합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부여한 계급이다. 평시나 소규모 전쟁은 사성장군인 대장이 충분히 지휘할 수 있지만, 세계대전처럼 여러 동맹국 군대가 모인 경우에는 각국의 대장들을 지휘·통솔하기 위해 대장보다 한 계급 높은 원수가 필요해진 것이다.

‘원수는 전시에만 수여되는 계급’이란 원칙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2차대전 북아프리카 전투에서 독일 로멜 기갑군단을 물리친 버나드 몽고메리 육군 원수(Field Marshal)가 대표적이다. 옛소련도 2차대전 때 게오르기 콘스탄티노비치 주코프를 육군 원수에 임명했다.

서유럽 국가에서 평시에 원수 계급을 두지 않는 것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과도 맞물려 있다. 민간인 군최고통수권자의 위상과 권한 존중 차원에서 평시에 원수 계급을 두지 않는다.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미군엔 원수가 없다.

1948년 창군 이래 국군에는 원수가 없었다. 현재 국군의 최고 계급은 대장이다. 병사들은 병장을 오성장군이라고 농담을 하지만, 군 인사법에는 진짜 오성장군인 원수 계급이 있다.

군 인사법을 보면 ‘원수는 국가에 대한 공적이 현저한 대장 중에서 임명’하고 ‘원수 임명은 국방부장관 추천에 의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행한다’고 돼 있다.

새삼스럽게 원수 계급이 화제가 된 것은 내년 한국전쟁 60돌을 맞아 국방부가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을 명예원수로 추대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지난달 밝혔기 때문이다.

명예원수이지만 현역이 아닌 예비역 대장을 원수에 임명하려면 군 인사법을 바꿔야 하는데다 최초의 원수 추대인 만큼 국민 여론도 살펴야 한다. 보수세력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한국전쟁의 영웅이라고 추앙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시도 아닌데 원수 계급 수여가 타당하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일제 강점기 만주군 복무 경력이 쟁점이다. 박경석 군사평론가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백 장군이 국군의 원로 장성이고 국가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명예 원수 추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박경석 회장은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육군 중위 출신인 백 장군을 명예원수로 추대하는 것은 국군의 건군 이념을 훼손한다”며 “국군의 맥을 만주군에 둔다면 훗날 역사에서 항일투쟁세력이 주력인 북한 인민군이 정통성에서 우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민군의 남침 때 개성과 38선을 경계하는 1사단장이던 백선엽 장군은 춘천 전선의 6사단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응전도 못하고 거의 모든 장비를 버리고 패주해 서울 조기 함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한국전쟁의 영웅’이란 평가에도 의견을 달리했다.

정부가 최근 상해임시정부 계승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백선엽 예비대장의 원수 임명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 참석해 “(상해임시정부는) 실로 우리 대한민국의 뿌리요 정신적 토대”라고 말한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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