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광고에서 상투머리를 하고 나온 ‘국민 여동생’ 문근영.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상투를 튼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머리 모양을 옛날 남자 상투처럼 위로 묶어 올린 여성들이 많습니다. ‘상투머리’ 또는 ‘당고머리’라고 하는데, 긴 머리를 쥐어 올려 비튼 뒤 고무줄로 묶는 간편한 스타일입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머리 위에 똥이 올려진 것 같다고 ‘똥머리’라고 하기도 한다는군요. 최근 이 머리 모양이 인기라고 합니다. 21세기에 왜 갑자기 상투머리일까요? 상투머리 유행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스타기원설과 실용설입니다. 스타기원설은 2008년 초부터 미국 유명 여배우들이 이 상투머리를 한 모습이 자주 비치면서 국내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 이 머리가 유행했고, 이게 다시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겁니다. 상투머리는 머리를 위로 올려 모양을 내는 올림머리의 한 종류입니다. 기존 올림머리들은 상당한 작업을 요구합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의 멋진 올림머리를 연상하면 됩니다. 결혼식 때 신부들이 많이 하는 올림머리입니다. 이 올림머리의 멋은 단정한 부풀림에서 나옵니다. 이를 살리려면 핀을 수십개 꽂아야 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투머리는 그 반대입니다. 그냥 손으로 투박하게 묶은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이 맛입니다. 기존 올림머리가 손질에 30분이 걸린다면 상투머리는 핀 한두개에 3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이 상투머리는 어떤 멋내기 효과가 있을까요? 김성남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교수는 “상투머리는 머리를 묶어 올리기 때문에 얼굴이 작아 보이고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턱과 목의 선도 자연스럽게 강조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상투머리를 선호하는 연예인들은 많습니다. 탤런트 정려원씨는 외국계 ㅂ화장품 광고를 상투머리를 한 모습으로 찍었습니다. ‘국민 여동생’으로 일컬어지는 문근영(사진)씨도 한 요구르트 광고에서 상투머리로 나왔습니다.
일반 여성들은 편하다는 실용성 때문에 더욱 이 머리를 좋아합니다. 상투머리를 즐기는 회사원 김민주(29)씨는 “상투머리는 아침에 10분이면 만질 수 있는데 긴 머리 손질할 때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상투머리의 장점을 말합니다. 머리를 못 감았을 때에도 유용하다는군요. 금세 풀리는 비싼 파마를 다시 하기 아까워 이 머리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투머리가 요즘의 불황을 반영하기도 하는 셈입니다. 헤어디자이너 박철 에스휴 원장은 “반항적인 개성추구형 헤어스타일로는 펑크와 히피 스타일이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상투머리는 튀고 보자는 펑크 스타일보다 히피 스타일에 가깝다”며 “별다른 비용 투자 없이 변화를 추구할 수 있어 불황인 요즘 더욱 유행하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유행에 힘입어 최근에는 신부 화장에도 이 상투머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상투는 이제 여성들의 것입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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