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오빠가 미쓰비시 징용 피해자인 정정선(73)씨가 1월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국미쓰비시중공업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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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징용피해 소송
한-일 법원 ‘판박이 판결’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소송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던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2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한겨레> 1월23일치 16면) ‘전범기업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은 시효가 없다’는 시효배제의 원칙을 주장하는 원고와 ‘민법상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맞서는 피고의 법적 대결에서 법원이 다시 한번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징용으로 일본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원폭피해까지 입은 피해자들은 2심 판결을 보고 “여기가 대한민국이냐 일본이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국의 판단은 유효하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판부는 어떤 논리로 일본 기업에 승소 판결을 했을까요? 재판의 핵심은 전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시간과 공간을 떠나 무한하냐는 것입니다. 이미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에 해당)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소멸됐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2000년 시효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기 위해 한국 사법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만약 가해국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국인 한국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의 책임은 시효가 없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일본 전쟁의 피해를 본 아시아 각국에서도 전쟁 책임에 대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시간과 공간을 일본 쪽으로 최대한 국한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재판에서 “일본에서 최고재판소 판결이 이미 난데다 보상에 대한 소멸시효도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일제 강점 시기의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반면 원고인 징용 피해자 쪽은 “전쟁범죄는 시효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일본 법원은 한반도 강제점령이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판결했는데, 이는 한국 법원에서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한국 재판부가 일본 재판부의 판결을 따르는 것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반인도적 전쟁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인 소멸시효를 적용할 어떤 근거도 없다”며 미쓰비시중공업 쪽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또 일본 재판소에서 규정한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 기간이 한국과 동일한 10년이므로 일본의 확정판결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는 “이미 한국 법원에서 과거 독재정권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국제법상의 근거를 들어 시효를 배제한 판결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시효라는 게 피고의 항변 사유로 절대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06년 4월 서울고법은 유신 시절인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최종길 교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예외적 상황을 인정해 사망후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 중정이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원고들이 사건 진상을 알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들도 “일본과의 국교 단절과 청구권 협정 내용이 2005년에야 공개된 점”을 들어 “이번 재판에서 소멸시효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원고 쪽 최봉태 변호사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일본 재판소가 결정하면 한국 법원도 따를 것이냐”며 “일본의 한국 침탈을 합법으로 인정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한국 법원이 따라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상고할 방침이어서 결국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한-일 법원 ‘판박이 판결’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소송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던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2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한겨레> 1월23일치 16면) ‘전범기업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은 시효가 없다’는 시효배제의 원칙을 주장하는 원고와 ‘민법상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맞서는 피고의 법적 대결에서 법원이 다시 한번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징용으로 일본 히로시마의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원폭피해까지 입은 피해자들은 2심 판결을 보고 “여기가 대한민국이냐 일본이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국의 판단은 유효하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판부는 어떤 논리로 일본 기업에 승소 판결을 했을까요? 재판의 핵심은 전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시간과 공간을 떠나 무한하냐는 것입니다. 이미 일본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에 해당)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소멸됐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2000년 시효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기 위해 한국 사법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만약 가해국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국인 한국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의 책임은 시효가 없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일본 전쟁의 피해를 본 아시아 각국에서도 전쟁 책임에 대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시간과 공간을 일본 쪽으로 최대한 국한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재판에서 “일본에서 최고재판소 판결이 이미 난데다 보상에 대한 소멸시효도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일제 강점 시기의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반면 원고인 징용 피해자 쪽은 “전쟁범죄는 시효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또 일본 법원은 한반도 강제점령이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판결했는데, 이는 한국 법원에서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한국 재판부가 일본 재판부의 판결을 따르는 것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반인도적 전쟁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예외적인 소멸시효를 적용할 어떤 근거도 없다”며 미쓰비시중공업 쪽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또 일본 재판소에서 규정한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 기간이 한국과 동일한 10년이므로 일본의 확정판결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는 “이미 한국 법원에서 과거 독재정권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국제법상의 근거를 들어 시효를 배제한 판결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시효라는 게 피고의 항변 사유로 절대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06년 4월 서울고법은 유신 시절인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최종길 교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예외적 상황을 인정해 사망후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 중정이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원고들이 사건 진상을 알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들도 “일본과의 국교 단절과 청구권 협정 내용이 2005년에야 공개된 점”을 들어 “이번 재판에서 소멸시효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원고 쪽 최봉태 변호사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일본 재판소가 결정하면 한국 법원도 따를 것이냐”며 “일본의 한국 침탈을 합법으로 인정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한국 법원이 따라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상고할 방침이어서 결국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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