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주사파’가 된 이들의 솔직 고백과 전문가 진단
‘주사파’가 된 이들의 솔직 고백과 전문가 진단
을지로 지하도(을지로입구역)에 나붙은 성형외과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광고판에는 성형 전 후의 바뀐 얼굴모습을 사진으로 광고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의 씁쓸한 단면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계속 맞다가 중독될까” 걱정도
전문가들 “효능 검증 아직 미흡” “과도한 의존은 금물” 박서준(40)·서울시 성동구 감기 기운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마늘 주사를 맞았어요. 청와대 직원들도 이거 맞았다죠? 한때 두뇌활성주사로 수험생들한테 인기였대요. 영업직이라 과음할 때가 많은데, 다음날 맞으면 피로가 풀리더라고요. 주사를 통해 몸속 알코올도 배출되고, 주사 맞는 1~2시간 동안 잠을 자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일단 점심시간에 맞고 나면 개운하니까요. 주사에 중독되었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그냥 일종의 숙취해소제 같은 거예요. 제가 이상해 보인다고요? 영업하는 친구 중에 이런 주사 간혹 맞는 경우 있어요. 저도 추천을 받은 것이고. 하지만 너무 많이 의존하는 건 안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 정숙향(53)·서울시 영등포구 저는 그동안 보톡스를 주로 맞았어요. 제 또래 중년 아줌마들은 다 한 번쯤 맞았을걸요? 얼굴 갸름하게 하려고, 종아리 알통 없애려고. 두통이 심할 때도 효과가 있더라고요. 근데 이번에 박 대통령 때문에 알았어요. 그렇게 주사가 많다는 것을. 필러는 최근에 한 번 맞았어요. 이마와 팔자주름이 없애려고요.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은 건 모든 여성의 바람이잖아요. 남편 몰래 맞았는데 피멍이 생겨 들키고 말았죠. 한동안 표정도 어색했죠. 다시는 맞지 않을 생각이에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게 더 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 전문가들 “의사들 경쟁적 권유도 문제” 애초 주사 치료는 ‘쁘띠 성형’ 목적으로 맞은 보톡스와 필러가 시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백옥, 감초, 신데렐라, 마늘, 등 ‘뷰티 주사’로 불리며 시중에 대거 쏟아지고 있다. 강남의 성형·피부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가정의학과·내과 등에서도 손쉽게 맞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피부과 원장은 “우리나라 피부과와 성형외과 개업의는 2천명 수준이지만, 주사 치료를 하는 개업의는 그 10~20배 이상 된다”며 “비급여라 병원의 수익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경쟁적으로 환자들한테 권유하는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사가 만연한 현실과 달리 주사제의 효능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항산화 작용과 피로 회복, 면역 강화는 물론 미백, 노화 방지, 갱년기 증상 개선, 동안 등의 효과는 가능성과 추정만 있을 뿐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 효과도 플라세보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주사제의 효능도 검증되지 않았고, 부작용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인적으로 ‘주사’의 효능을 믿지 않는다”며 “수가가 낮은 의료보험만으로는 개인 의원을 유지하기 힘든 병원들이 비급여로 생계를 유지해기 위해 ‘주사’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주사 치료에 대한 충분한 임상실험 연구 결과나 논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주사’의 경우 개인의 선택인 만큼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 있다. 주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일 뿐 스스로 효과를 체감한다면 큰 부작용이 없는 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주사의 효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약품은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라며 “그럼에도 주사제를 너무 자주 과도하게 찾는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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