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거침없이 하이킥>은 esc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트콤입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같은 존재랄까요? <하이킥>의 방영 초기에 esc팀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조각배 신세였습니다. ‘주말판 준비팀’은 구성됐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준비가 갑자기 중단되고 팀은 해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팀원으로 발령난 저와 박미향·안인용 기자, 그리고 지금은 그만둔 김중혁 소설가(당시 기자)는 책상 다섯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무실에서 말 그대로 ‘멍때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죠. 누가 먼저 봤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출근 뒤 팀원들의 하루는 <하이킥> 다시보기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야 가능했죠) 노트북 앞에 성인 넷이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 범이 왜 구박해”, “서 선생 불쌍해서 어쩐다냐” 박수 치고, 탄식하면서 몰두했습니다. 누군가 지나가다 봤으면 <하이킥>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한심하고 궁상맞고 우스꽝스러운 풍경이었을 겁니다. 저를 비롯한 팀원들이 <하이킥>에 만장일치로 열광했던 건 업무뿐 아니라 취향의 공동체였기도 하거니와 또 우리 신세가, 겉보기는 멀쩡해도 부실하고 결핍된 존재들이며 세상사 도무지 뜻대로 안 풀리는 <하이킥>의 등장인물들과 꽤나 비슷한 모양새였기 때문이었겠죠. 우리들의 테마스토리라고 우겼던 <하이킥>이 새롭게 정비를 하고 다시 돛을 올렸습니다. 전작보다 냉정한 현실과 드라마가 강화된 이번 이야기를 그 당시 봤더라면 세경·신애 자매의 그 짠한 궁상에 눈물깨나 흘렸을 것 같습니다. 이번주 ‘너 어제 그거 봤어’에서 최지은 기자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 요즘 드라마 중 드물게 돈과 계급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편한 진실과 웃음이라는 물과 기름 같은 두 요소를 절묘하게 엮어내는 김병욱 감독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이킥>의 그 비범함이 지붕 뚫고 쑥쑥 뻗어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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