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선문답의 탈출구 / 롯데호텔 서울 정문환 조리장의 노트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롯데호텔 서울 정문환 조리장의 노트 이번엔 노트가 ‘내 운명’이다. 한 요리사의 30년 전, 20년 전, 10년 전 노트는 ‘한식 조리법의 진화’를 보여준다. “된장찌개 : 육수는 멸치국물로 사용하면 좋다. 된장은 체에 밭쳐서 사용한다. 야채로는 호박, 파, 두부, 달래, 양파, 양송이, 풋고추를 넣고 끓인다. 소금으로 간을 한다. 모시조개 해감한 것을 사용할 것. 고춧가루는 약간 넣는다.”(30여년 전 노트) “삼계탕 : 20마리 기준. 닭뼈 6마리. 양파 1EA 1/2, 감초 3EA(20g) 황 7~10뿌리(40g) 계피 30g, 통후추(20알 10g) 찹쌀 1스푼(100g 불린 것), 노각 5EA(20g) 등을 모두 넣고 물을 붓고 육수를 만든다. 그런 다음에 건더기를 모두 건져낸다. 그리고 삼계탕 닭이다. 밤 1, 대추 1, 은행 2EA, 마늘 1, 수삼 1쪽, 불린 찹쌀 2스푼반 정도 넣고 푹 익힌다.”(20여년 전 노트. ‘EA’는 이치(each)다.) “자연송이 돌솥볶음밥 소스 1. 간장 200g 2. 물 140g 3. 미림 140g 4. 설탕 80g 5. 정종 120g”(10여년 전 노트) 기자로 활약했던 작가 조지 오웰은 좋은 문장을 쓰는 요령 가운데 하나로 “짧은 단어로 충분할 때 긴 단어를 절대 쓰지 말 것, 단어를 칠 수 있을 땐 언제든지 짧게 칠 것”을 주문했다. 헤밍웨이도 비슷한 충고를 했다. 좋은 문장이란 덧붙일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뺄 게 없는 상태라는, 이 문장의 금욕주의자들과 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무궁화의 정문환(46) 조리장의 노트는 닮았다. 말은 줄고 핵심만 남았다. “그 당시는 한식이 체계화되기 전입니다. (레시피를) 주방장 앞에서 적을 수 없잖아요. 화장실에 가서 적고…. 그래서 노트 속 데이터는 다 정리해서 유에스비에 있는데 노트는 못 없애요. 이거를 보면 나를 일깨워 줘.” 음식이 유명한 곳도 아닌 양평이 그의 고향이며 부모는 농사를 지었는데 어린 시절의 정문환 소년은 미용, 요리, 춤에 관심이 있었다니 환경과 무관한 ‘끼’란 실재하는 것 같다. 취사병으로 차출돼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롯데호텔 서울 정문환 조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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