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호텔 총주방장 키아란 히키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W호텔 총주방장 키아란 히키의 수건 키아란 히키 W서울워커힐 총주방장의 말을 듣다 무릎을 쳤다. 기시감에서다. 히키 주방장은 초짜 요리사이던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레스토랑에서 하루 열다섯 시간씩 일한 뒤 새벽 2시 일이 끝나면 땀에 전 요리사복을 걸친 채 펍으로 달려가 마지막 주문을 받는 종이 울릴 때까지 술을 펐다. 1930년대 파리의 한 삼류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로 일했던 조지 오웰은 이렇게 썼다. “마치 터키탕 같은 주방의 열기 속에서 마신 모든 술을 땀으로 빼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접시닦이들은 이를 알고 계산했다. 몇 쿼트(1쿼트는 약 1.14ℓ)의 와인을 들이켠 효과, 그리고 그 직후 술이 해를 끼치기 전에 땀으로 배출하는 것이 접시닦이의 삶이 가진 보상 작용들 중의 하나다.”(<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30년대 파리 레스토랑이나 50여년 뒤 아일랜드의 레스토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한국의 주방이라고 크게 다를까? 그는 베인 상처보다 덴 상처가 훨씬 큰 문제라며 말을 이었다. 베인 상처는 그저 천으로 말고 일하면 되지만 덴 상처는 하루종일 아팠다. “83년 아일랜드의 슬리고(Sligo)에서 처음 일했던 레스토랑에서 오븐이 허리 밑에 있기 때문에 프라이팬을 넣고 빼면서 팔꿈치 안쪽이 오븐 입구에 닿아 흉터가 생겼다. 마치 군대 계급장(아미 스트라이프)처럼.”
히키 주방장의 수건.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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