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근검절약도 좋고 환경보호도 좋지만 역시 새 학기에는 새 공책에 새 연필을 써야 제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숙제도 열심히 하고, 학습지도 밀리지 않을 테다, 새 마음 새 뜻을 품었는데 필통을 열면 몽당연필에 부러진 지우개가 너저분하게 뒤섞여 있고 공책은 낙서투성이라면 아무래도 김이 빠지죠.
새 학기를 맞아 새 술은 새 부대에, 아니 새 연필은 새 필통에 넣는 설렘으로 〈esc〉도 개편을 했습니다. 설명 안 해도 1면 보는 순간 눈치채셨을 겁니다. 좀더 날렵해진 윤곽이 맘에 드시나요? 내용물도 새로워졌습니다. 여행면에는 ‘esc 워킹맵’을 신설했습니다. 지도를 들고 도시를 탐험하는 여행의 흥분을 한국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도시들에서 느껴보시길. 친절하고 꼼꼼한 지도까지 제공합니다. 격주로 연재되는 칼럼 ‘노중훈의 여행지 소문과 진실’은 언론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정통 여행 비평입니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날씨도 좋고 사람도 좋다는 주례사 비평식 여행지 소개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독자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이 칼럼과 짝을 맞추는 ‘독서광 노동효의 썸 플레이스’는 한 장소에 대한 책의 묘사와 실제 여행을 하나로 묶어낸 산문입니다. 문학적 체험과 시각적 체험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요리면에는 학구열 강한 주부 강김아리 기자가 ‘요리보다 요리책’이라는 칼럼을 통해 다양한 요리책에 얽힌 갖가지 정보와 뒷얘기를 들려줍니다. 요리사의 일과 인생에 관한 읽을거리도 이어집니다. 요리책 칼럼과 격주로 연재될 ‘너는 내 운명’에서 요리사들이 요리 도구에 얽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고백합니다.
관계면에는 직장과 연애,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비법을 전수할 ‘싸움의 기술’이 새로 문을 열었으며, 사진면에서는 박미향 기자가 요즘 주목받는 사진 전시장으로 카메라를 돌려, 놓치면 아까운 작품들을 요모조모 뜯어볼 요량(‘전시장 줌인’)입니다. 새 학기, 학습 의욕 좀 생기십니까?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