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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도 정도껏

등록 2009-02-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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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요즘 제일 불쌍한 사람은 허경환 학생입니다. 시청자들을 웃기는 개그맨에서 박교수의 개그 소재, 박교수 표현마따나 개그 “소품”이 돼 버렸죠. 박교수는 허경환에게 재미도 없는 유행어만 밀고 있다고 핀잔하면서 약 올립니다.

이 핀잔은 개그맨 허경환의 진짜 고민거리이기도 할 겁니다. 지난 연말 〈esc〉의 봉숭아학당 인터뷰에서 그는 감독으로부터 “짜라는 개그는 안 짜고 유행어만 짜고 있다”는 타박을 들었다고 고백을 했죠. 물론 유행어를 만드는 건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유행되지 않는 유행어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일 뿐이지요.

후크송과 유행어는 비슷한 운명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미쳤어, 내가 미쳤어’ ‘노바디 노바디 벗 유’ 흥얼거리게 될 때, 즉 ‘후킹’에 성공할 때 후크송이 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최근의 내용 빈약한 ‘후크송’ 논란에 비껴서 대중음악은 언제나 ‘좋은 훅’을 지향한다는 음악평론가 차우진씨의 주장에 십분 공감합니다.

그런데 후크송이 가끔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대중가요는 아니지만 요즘 통신 광고에서 나오는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표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자연스럽게 귀를 낚시질하는 게 아니라 무차별 융단 폭격으로 전국민에게 집단 암기공부를 시키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건 범국민적 두뇌개발 프로젝트일까요? 자타 공인 최고의 인기 배우와 가수가 등장해 ‘비비디~’라는, 그 뜻을 알 길 없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모자라 ‘살라카둘라 …’ 장황하게 읊어댈 때면 학창시절 외워도 외워도 도무지 암기가 불가능했던 원소주기율표가 떠오릅니다.

물론 대자본의 힘은 대단해서 감성적인 매력이나 호감을 떠나서도 무한 반복을 통한 ‘후킹’에 성공하기도 합니다만 이처럼 본의 아닌 암기 공부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저만일까 싶습니다. 좋은 음악, 즐거운 말장난, 기꺼이 따라할 의지 있지만 낚시질도 정도껏!이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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