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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제 궤변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촛불집회 때문에 무분별한 해외관광이 확 줄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발표한 ‘2008 상반기 관광 출입국 및 수지 분석과 전망’ 자료를 보면 그렇습니다. 증감을 거듭하던 한국인 출국자 수가 지난 5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6월에는 전년 대비 5.74%나 줄었다니까요. 외국으로 떠나는 것보다 광화문에서 놀며 싸우는 게 더 재밌었던 셈입니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에 관광수지 적자는 32%나 축소·개선됐다는군요. 이 고유가 시대에 촛불이 대단한 일을 해낸 셈입니다.
다음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궤변입니다.
촛불집회 때문에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같은 자료에서, 6월 외국인 입국자는 52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0.45%나 줄었습니다. 촛불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습니다. 안 그래도 나라경제가 엉망인데, 한국에 오고 싶은 외국인들의 마음까지 박탈해 버렸습니다.
둘 다 언어도단입니다. 그래도 통계적으로 우열을 가리자면 무엇이 더 엉터리일까요. 5.74% 대 0.45%. 유인촌 장관의 궤변이 10배는 넘게 심한 거 아닙니까?
사실은 몽땅 비싼 기름 탓입니다. 항공료가 인상되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자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인간은 못 되더라도 괴물이 되지 말자는 영화 속 대사가 있습니다. 진실은 말하지 않더라도 뻥은 치지 맙시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의 결론은 ‘조사하면 다 나와’입니다. 기름값이 오르건 말건 국내외로 떠나고 싶다면 현지 여행지 정보에 관하여 인터넷을 두들겨 보십시오.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공지사항 하나. 〈Esc〉도 고유가 탓에 종이값이 올라 당분간 감면을 하게 되었습니다. 12면으로 냅니다. 일부 고정 코너가 가끔 빠질 수도 있으니 촛불집회 탓으로는 돌리지 마시기를.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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