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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한국인도 좀 논다고~

등록 2008-06-04 17:30

〈해롤드와 쿠마〉(2005)
〈해롤드와 쿠마〉(2005)
[매거진 Esc]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너드’(nerd)가 뜬다고 한다. 너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얼마 전 케이블 티브이에서 했던 <뷰티 앤 긱>의 남자 출연자들을 떠올려보시라. 하버드 출신 따위의 화려한 배경으로도 도무지 연애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는 스타일 제로, 사회성 제로의 공부벌레들이 긱(geek), 또는 너드로 통한다. 영화로 따지면 지적이지만 소심함과 징징거림으로 옆사람을 폭발 직전으로 몰고가는 우디 앨런의 캐릭터(와 실제의 우디 앨런)가 너드계의 고참이라 할 만하고 <주노>와 <수퍼 배드>에서 마이클 세라가 연기했던 모범생 샌님도 너드의 전형이다. 한국에서는 <서인영의 카이스트>에서 어눌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으로 팬카페까지 생긴 임두혁군 역시 이 계보에 속할 것이다.

너드는 할리우드가 한국인을 그려내는 몇 가지 클리셰(진부한 표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셔츠는 반드시 맨 위 단추까지 잠그고, 시키는 일은 고분고분하며 할말 못할말 둘 다 못 하는 남학생 이미지인데, 아시아인에 대한 통념을 유머로 승화시킨 <해롤드와 쿠마>에서 해롤드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한국계 미국인 1.5세인 존 조가 연기하는 해롤드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투자전문가다. 직업만 들으면 주말 밤마다 맨해튼의 핫플레이스로 진출해 캐리의 친구들과 화끈한 데이트라도 즐길 것 같지만, 그는 언제나 2:8 가르마로 머리를 빗어넘기는 근면 성실함의 대명사, 한국계 미국인!! 동료들이 놀러나가기 전 턱 밑까지 안기고 간 일거리를 마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산더미 같은 서류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숙맥 해롤드는 대책 없는 돌아이에 가까운 인도계 미국인 쿠마와 룸메이트인데 둘이 햄버거집을 찾아 밤새 돌아다니면서 겪는 엽기적인 사건 사고가 <해롤드와 쿠마>의 줄거리다. 이 영화에는 한국인에 대한 통념을 드러내고 뒤집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중 압권은 쿠마가 대마초를 구해 오라고 들들 볶아 해롤드가 모교인 프린스턴에 갔다가 아시아계 학생 클럽에 가게 되는 장면이다. 복도에서 만난 까마득한 후배에게 끌려가 지극히 ‘너드’스러운 질문들에 시달리다가 나온 해롤드는 얼마 뒤 우연히 들어가게 된 파티장에서 이들을 다시 만난다. 그런데 웬걸, 클럽에서 “선배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류의 질문을 던지던 한국계 후배는 웃통을 벗어던지고 대마초를 던져대며 쾌락의 바다에서 온몸을 불태운다. 누군가의 말대로 <식스 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으로 엘리트 한국인은 너드라는 미국인들의 편견을 배꼽 잡게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해롤드와 쿠마>는 아시아계 주인공은 흥행의 금기라는 할리우드의 룰을 깨고 2005년 미국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랐다. 한국에서는 소리 없이 개봉했다가 디브이디로 직행했지만. 얼마 전 미국에서 2편이 개봉해 다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1편의 마지막에서 네덜란드로 휴가를 가기로 한 이들을 암스테르담행 비행기로 태우면서 시작하는 2편에서 해롤드는 북한 테러범으로, 쿠마는 알카에다로 몰려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간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벌써 웃음이 나오기 시작하는 2편은 한국의 극장에서도 제대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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