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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들의 의기투합

등록 2008-04-09 17:52

〈앵커맨〉(2004)
〈앵커맨〉(2004)
[매거진 Esc]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요즘 <온에어>에서 스타급 카메오가 줄줄이 등장해 화제를 일으키는데 영화에서도 카메오는 때로 큰 즐거움을 준다. 그렇다면 어떤 카메오가 최고의 카메오일까. 톱스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하하가 출연한 영화라면 이영애나 김태희가 카메오로 나오는 것보다 정형돈이나 노홍철이 등장하는 게 백배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아닌 척해도 내가 니들 사이를 다 알지 하는, 괜한 뿌듯함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카메오는 ‘프랫팩’의 멤버들이다. 프랫팩은 요새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일군의 코믹 배우 집단이다. 벤 스틸러를 필두로, 빈스 본, 윌 페럴, 잭 블랙, 스티브 카렐, 오언 윌슨, 그의 형제 루크 윌슨 등이 프랫팩에 들어가는 배우들이다. 티브이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나 영화 등에서 만나 친해진 이들이 의기투합한 영화가 늘어나면서 언론이 60년대 몰려다녔던 청춘배우군인 랫팩에서 따와 붙인 이름이 프랫팩이다. 이들이 함께 등장한 영화를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아이엠디비(IMDB)에 쳐보니 무려 26편의 타이틀이 뜬다. 그러니 열거하는 건 생략.

프랫팩이 뭉치는 영화는 대체로 웃기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건 이들이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다. 예를 들어 빈스 본과 오언 윌슨이 주연을 맡은 <웨딩 크래셔>에서 괴상한 ‘색남’으로 등장하는 윌 페럴이나, 벤 스틸러가 주연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에서 미니어처 카우보이로 등장하는 오언 윌슨 등을 만날 때다. 실제 만나면 어떻게 놀면서 우정을 다지는지는 알 리 없지만 왠지 이들이 관객 몰래 나누는 짓궂은 눈빛 농담 교환이라도 엿보는 것 같아 괜히 즐겁다.

최근 프랫팩 전사들의 장렬한 카메오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영화를 뒤늦게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개봉 안 한 <앵커맨>이다. 각본까지 직접 쓴 윌 페럴이 70년대의 멍청하고 올곧은 마초 앵커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는 스티브 카렐이 기상 캐스터로, 빈스 본이 경쟁 뉴스 앵커로 말이다.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카메오 퍼레이드의 서막은 오토바이맨으로 등장해 윌 페럴의 강아지를 던져버리는 잭 블랙의 등장으로 열린다. 그리고 나서 벌어지는 윌 페럴 뉴스팀과 빈스 본 뉴스팀의 대결. 여기에 난데없이 또다른 경쟁사 뉴스 앵커로 루크 윌슨 팀이 나타나더니 공공뉴스팀의 앵커 팀 로빈스의 무리(팀 로빈스는 잭 블랙의 출연작 상당수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친구의 친구에 대한 우정까지 과시한 셈)까지 가세하며 마지막에는 벤 스틸러가 서부영화음악을 배경으로 스페인어 뉴스 앵커로 나타난다. 이들은 각목과 칼과 총과 체인과 망치와 톱, 수류탄까지 쓰면서 ‘음성다중 피의 제전’을 벌인다. 우아하게 한마디 하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위해 몸 바쳐 격한 액션-게다가 그 액션은 폼도 안 나고 맥락도 없다. 그저 난동일 뿐-까지 서슴지 않는 카메오라니, 이 장면을 통해 가늠해보는 프랫팩의 우정은 감동적이고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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