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휴대폰엔 무엇이 떠 있는가.
30대나 40대 기혼 남녀들의 휴대폰 액정화면은 주로 꼬마들이 장식한다. 아이가 없는 경우엔 배우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배우자가 없는 이들은 애인을 투입한다. 애인도 없는 처지라면 키우는 고양이나 강아지, 또는 조카를 출연시킨다.(아직까지 부모나 조부모, 형제 사진을 넣은 경우는 못 봤다.) 본인이야 볼수록 뿌듯할지 모르지만, 타인에게는 시큰둥함을 안겨주기 십상이다.
얼마 전 만난 어느 지인이 자신의 휴대폰 화면 사진을 자랑했다. 그저 그러려니 무덤덤하게 봐주는 척하다가, 부러움이 와락 피어올랐다. 노모가 지키는 고향 시골집을 촬영한 것이었다. 자신이 30년 전 개구쟁이로 뛰놀던 마당과 온돌방이 비교적 훼손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명절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다고 했다. 방문할 시골집이 있다는 것, 게다가 원형 비슷하게 보존됐다는 것은 사막 같은 삶의 최고급 문화재다. 얼마 남지 않은 설, 귀향하는 당신은 행복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