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대통령이 바뀌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잘하건 못하건, 쭉 이명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한 번 바뀔 때마다 다섯 살씩 나이를 먹는 현실은 잔인합니다. 두 번 바뀌면 강산이 변한다니 끔찍합니다. 새해 아침에 한 살 더 먹었다고 자랑하는 우리 집 꼬마들에게 덕담 아닌 협박을 합니다. “너그들, 더 이상 자라지 마라 잉?”
새해를 농담과 엄살로 시작합니다. 과도한 엄살은 피곤합니다. 그럼에도 엄살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약자들의 엄살에 귀 기울여주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야말로 열린 민주 사회입니다. 나이듦의 스트레스와 그 엄살. 그걸 위해서라면 경부 대운하보다 먼저 타임머신을 개발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sc〉의 2008년은 50명의 신년사로 시작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기발한 내용, 깜찍한 이야기, 비범하거나 평범한 계획들이 골고루 담겼습니다. 그것은 컴퓨터의 자판으로 치면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먼저 esc. 쉼표이자 잠적입니다. 둘째 enter입니다. 야무지게 뭔가를 실행 또 실행하는 겁니다. 셋째 pg up. 확 점프하고픈 욕망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별다른 게 없다면 이들의 새해 포부를 벤치마킹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은 ‘단어장’입니다. 2008년에 알아두면 폼 잡을 만한 단어들을 100가지로 추려보았습니다. ‘꼭 알아두어야 할 새해 Esc 트렌드 키워드’입니다. 세상 흐름을 보는 눈을 밝게 해주는 단어장인 셈입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키워드를 갖는 일입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했듯이 말입니다. 두 자도 좋고, 석 자도 좋고, 여섯 자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새해 콘셉트, 짤막한 단어로 표현해봅시다. 단어가 우유부단한 인간을 밀고갈 수도 있으니까요.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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