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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의 폭탄

등록 2007-12-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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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그랬다. 채는 자신이 좋아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달렸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면 그 힘든 마라톤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담배가 맛있기는 한데 몸에 나쁘다니 아쉬웠다. 그래서 채는 힘들고 재미없지만 건강에 좋다는 마라톤을 했다. 쓰기 위해 돈을 버는 것과 같았다 ….”

조두진의 단편소설 <마라토너의 흡연>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술자리를 평생 오래오래 즐기기 위해 마라톤으로 건강을 관리하던 친구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섭취를 중단한다면 기록달성에 효과적이겠지만, 결코 그런 욕심은 내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마시기 위해 달렸습니다.

이맘때면 신문과 방송들은 과음의 파탄을 경고합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자가진단법을 소개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건 치매의 지름길이라는 식의 보도들이 넘칩니다. 술자리 자제를 촉구해도 모자랄 시점에, 〈Esc〉가 정반대 방향에서 ‘폭탄’을 던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가 ‘간이 부은 기획’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오늘, 또는 며칠 뒤 송년회에 참석합니다. 과자와 음료수만 달랑 놓은 채 수건 돌리기 따위로 시간을 때우지 않는다면, 한잔 마실 확률이 높습니다.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지뢰밭’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면서 정답고 즐겁게 마시는 게 좋겠습니다. ‘폭탄주’는 그 방법 중 하나랍니다.

‘폭탄주’의 장점 중 한 가지는 박수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 박수를 친다는 것입니다. 박수는 혈액을 순환시키고 웃음을 유발합니다. 많이 웃고 떠들면서 느긋하게 마시면 취하지 않습니다.

평생 오래오래 마시기 위해 마라톤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병을 이유로 술을 마다하게 되는 건 비극입니다. 늙어서도 ‘폭탄’을 취급하는 행복을 원한다면 최소한의 건강은 관리해야겠군요.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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