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휴대폰이 폭발했다. 불이 붙었다. 배터리가 녹아내렸다. 서른세살의 남성이 죽었다. 충격에 빠지려고 했더니, 거짓말이란다. 휴대폰이 갑자기 폭발한 게 아니었다. 동료 기사가 중장비를 몰다가 실수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서른여덟시간 동안의 해프닝이었다. 그렇다면 휴대폰은 정말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다. 휴대폰은 자주 폭발한다. 꼭 화염에 휩싸여야 폭발사고는 아니다. 미친 듯한 강박과 집착에 휩싸인 누군가에게 폭발적인 휴대폰 공격을 당한다면, 그것도 폭발사고다. 지난해 10월 한 국가기관의 홍보 담당자로부터 일주일간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다. 휴대폰이 진동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배터리가 녹아내리는 착시현상을 느꼈다.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 이들에게도 휴대폰은 ‘비밀의 폭약’이 된다. 야심한 밤의 정적을 깨우는 천둥 같은 벨소리는 불온한 폭발음이다. 천관의 집을 찾은 뒤 말머리를 자른 김유신의 마음으로, 긴 밤 지새우고 핸드폰을 폭파시키는 작자들도 있다. 우리들의 손에 자석처럼 붙어버린 핸드폰, 안전하게 쓰자.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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