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문득 생각난…
세계지도를 펼쳐놓으면 항상 내 눈은 캐나다 북부로 쏠렸다. 점(도시)도 없고 직선(도로)도 없는 광활한 여백. 그 여백을 자동차로 가로지른 적이 있다. 그러다가 마주친 시골 도시 ‘톰슨’. 11월 평균 기온 영하 12도, 1월은 영하 24.9도. 가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톰슨시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인즉 ‘북극의 허브’.
밥을 먹다가 “톰슨은 자동차 메이커의 동계 성능 시험장이랍니다!” 자랑하는 안내서를 봤다. 1997년 포드사의 로컬 딜러가 미국 본사와 협상해 결국 자신의 고물 격납고를 포드사에게 10년 동안 임대해주는 데 성공했다는 것. 포드가 톰슨에 상륙하자,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 그리고 항공기 제조사인 세스나까지 따라 들어왔다. 이에 맞춰 톰슨시는 위원회를 구성해 ‘톰슨이 자동차 성능 시험장으로 적합한지’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물론 기업 유치를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는 지자체로선 뻔한 결론. “톰슨은 북아메리카 최고의 동계 성능 테스트 장소입니다.”
톰슨에는 지금 스노모빌도 돌아다니고, 인공 눈 제조회사도 들어와 신제품을 뿌린단다. 이 한적한 시골에 신제품들이 질주하는 겨울 풍경은 어떨까? 출고도 되지 않은 신차에 치이기라도 한다면!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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