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다음 ‘계율’가운데 당신은 몇 가지나 지키고 있는지? 1.하루 세 끼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다. 2.계절의 특성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 3.가리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4.과식을 피한다.
이달 20일 서울 강남에 있는 봉은사는 외국인 30여명을 상대로 ‘선으로 만나는 사찰음식’ 행사를 열었다. 이날 강사로 나온 선재 스님은 위 네 가지 ‘화두’를 던졌다. 나로 말하자면,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거하게 먹는다. 저녁땐 주로 고기를 먹으면서 폭탄주를 곁들인다. 철을 가리지 않고 맵고 짜게 먹는다. 그날 부지런히 외국인 참석자들을 취재했지만, 적어도 사찰 음식에 관해서는, 취재하는 나도 취재원들과 다를 바 없는 ‘외국인’이었다. 솔직히 나라는 ‘중생’은 선재 스님의 가르침을 따를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사찰 음식의 핵심은 요리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라고 제멋대로 해석한다. 제 몸이 태어난 땅과 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으라는 사찰 음식의 가르침은 저절로 ‘테루아르’(포도를 재배하는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는, 위 네 가지 계율 가운데 몇 가지나 실천하는지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시길.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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