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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었습니다. 과자 이름은 그냥 ‘과자’입니다. 건빵보다 조금 큰 비스킷 75개가 사탕처럼 봉지에 싸여 있습니다. 아이들은 투박한 포장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래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한두 개 맛을 봅니다. 그러곤 끝입니다. 더는 손이 안 갑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맛이 없는가 봅니다. 그 과자의 고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어느 수출가공공장. 북의 체제가 꼭 그 과자처럼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금강산 관광특구에 다녀왔습니다. 금강산 면세점에서 산 과자는 달콤하지 않았지만, 금강산 산행은 계속 달콤한 마력을 발산하는 중입니다. 한 꺼풀씩 벗겨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7월부터 외금강을 넘어 내금강 코스가 개방됐고 내년 4월부턴 1638m 정상인 비로봉도 오르게 됩니다. 그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금강산은 북적거렸습니다. 특구 안 숙박시설의 적정 수용인원이 1천여명인데, 요즘 숙박객 수는 그 두 배를 초과할 정도랍니다. 단풍이 거의 다 졌는데도 금강산은 외롭고 쓸쓸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만물상을 오르는 길은 정체가 심했습니다. 인파 속에서 10m 앞으로 전진하는 데 1분이나 걸리기도 했습니다. 철제 계단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혹시나” 하는 노파심으로 예정보다 빨리 금강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금강산 관광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지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대선 전에 급히 금강산을 찾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대선을 치르는 12월부터 금강산 등산을 계획하는 게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한적하고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엔 딱 좋으니까요. 비수기입니다. 운이 좋으면 내금강의 설봉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금강산에서 맛보는 눈은 과자보다, 아니 그 어떤 초콜릿보다 달콤하지 않을까요?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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