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피비린내 나는 도로를 달려보았는가.
4∼5년 전 어느 날이었다. 새벽 4시의 문산 방향 자유로. 가양대교 나들목을 지나자마자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산산이 부서진 잔해들이 나뒹굴었다. 속도를 급히 낮췄다. 2차로와 3차로 사이 콘크리트 구조물 한가운데 박혀 구겨진 대형트럭이 보였다. 경찰차도, 구급차도 당도하기 전이었다. 졸았을까, 술을 마셨을까. 운전사는 즉사했을 게 뻔했다. 그 구조물의 이름은 대전차 방어벽. 본래 목적은 북한 전차의 서울 진입을 막는 것이다. 한데 심심찮게 서울 인근 시민들의 트럭과 승용차를 집어삼킨다.
오늘 아침도 차를 몰고 자유로에 들어선다. 서울 쪽 평화로운 강변엔 철조망과 함께 군 초소가 드문드문 눈에 띈다. 38선에서 시작해 임진강변 상류를 지난 철조망은 행주대교 못미쳐서야 끊어진다. ‘강남’ 사람들의 월북이라도 막으려는 걸까? 아니다. 철조망은 무장간첩의 침투를 봉쇄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띠었다. 철조망 지점이 다 끝나자 5분도 안 돼 위험천만한 그 대전차 방어벽과 다시 만난다. 철거 여론이 드세도 늘 그 자리를 굳세게 지킨다. 문득 …, 나는 매일 비무장지대를 스쳐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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