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추천한 파견공무원 4명이 인수위에서 모두 배제됐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여가부 패싱’이 인수위 구성단계서부터 관철된 모양새다.
21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여가부가 추천한 파견공무원 4명은 인수위 전체 명단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위는 인수위원 24명, 전문위원 76명, 실무위원 73명 등 184명 규모로 꾸려졌다. 이중 각 부처에서 파견을 보낸 공무원은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을 포함해 56명인데, 여가부에서 추천한 공무원은 최종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위는 향후 여가부에서 추가로 공무원을 파견받을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인수위 구성은 184명으로 확정됐고, 앞으로 전문·실무위원이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모든 부처가 (인수위에) 다 와있는 건 아니다”며 “여성정책이 소홀히 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청년·노인·저출산 문제가 폭넓게 다뤄질 것이기 때문에 부족하다면 자문위원단에서 충분히 보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1일 여가부를 포함한 정부 전 부처에 인수위 파견공무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국장급과 과장급 각각 2명을 인수위에 추천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인수위가 모든 부처에 공무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가 파견을 신청하면 그중에 인수위에 포함시킬 인원을 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추천 공무원이 인수위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인수위 차원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도 출범 시 여성가족부 공무원을 포함하지 않았다가 그 뒤 과장급 1명을 추가로 파견받은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윤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여가부 폐지’를 공언했다가 당시 야당과 여성계의 반발에 부딪혀 부처를 존속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 대신 꾸려진 대통령 직속 국가기획위원회에는 여가부 과장급 1명이 포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인수위에는 여가부 국장급 1명과 과장급 1명이 포함됐다.
이전 인수위와의 비교적 선명한 차이로, 윤 당선자 쪽이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여가부 폐지’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 지난 13일 “여성가족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지 않았느냐”며 재차 폐지 의사를 표명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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