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손씨의) 사망에서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경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면서 유족과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며 “현재까지는 수사한 사항 중 범죄 관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손씨 사건이 실종에서 사망 경위를 밝히는 수사로 전환된 뒤 타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아직 타살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고 다시 한 번 밝히며 혈액 등에서 약물·독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손씨 시신에서 발견된 머리 부위 2개소 좌열창(찢긴 상처)과 오른쪽 볼 부위 상처도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국과수는 정확한 손상 원인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둔기에 의한 공격이나 바닥면, 구조물에 부딪혀 발생할 수 있는 상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손씨가 입었던 상·하의와 속옷, 양말, 지갑 등을 모두 감정했을 때에도 셔츠 왼쪽 어깨와 목 부위에서 혈흔이 발견됐지만 모두 손씨의 혈흔으로 확인됐다. 그 밖에 토양류로 추정되는 물질 외에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장 인근에서 혈흔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해당 장소와 주변을 폭넓게 감식한 결과 혈흔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 초기부터 손씨 사망에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ㄱ씨가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ㄱ씨가 취한 상태로 손씨를 끌고 가 물속에 빠뜨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ㄱ씨가 귀가할 때 탔던 택시 기사는 “ㄱ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ㄱ씨가 탄)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국과수가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ㄱ씨가 입었던 외투와 가방, 의복, 양말도 모두 감정했지만 어떤 혈흔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씨와 ㄱ씨 사이에 싸움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유튜브 등에서 나온 불상의 남성(3명)이 서로 쫓는 듯 달리는 영상의 당사자들은 당시 한강공원에서 장난치며 달리기를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이 유튜브에 돌자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다른 목격자들도 손씨와 ㄱ씨가 다투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사건 당일 새벽 4시23분께 친구 ㄱ씨가 다른 누군가와 손씨를 한강으로 옮겨 빠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이와 관련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확인되는 대상자 4명 중 2명을 조사했다. 이들은 손씨와 ㄱ씨 모두 목격하지 못했고 새벽 4시22분께 중앙데크 쪽에서 쓰레기를 버린 뒤 4시29분께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이 2명이 돗자리를 터는 장면이 있는데, 유튜브 내용은 그것을 오해한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다만 ㄱ씨는 귀가 당시 왜 자신이 손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ㄱ씨의 휴대전화는 위치정보 분석 결과 어머니와 한 마지막 통화시간인 새벽 3시38분부터 전원이 꺼진 아침 7시2분까지 계속 한강공원 주변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현재 경찰이 계속 수색 중이다.
손씨의 실종일 새벽 4시40분께 사건 현장 쪽에서 “한 남성이 수영하듯 한강으로 들어간 것을 봤다”고 진술한 목격자 진술에 따라 해당 남성의 신원도 계속 확인 중이다. 경찰은 4월24일 이후 실종신고가 접수된 63명은 모두 이 남성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어두운 새벽 한강에서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유사한 조건에서 현장 조사한 결과 목격자들의 위치에서 입수 장면을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경찰은 사건 시간과 비슷한 새벽 2시30분∼4시30분 강력팀과 한강경찰대, 해군 등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목격자들의 위치와 해당 남성의 입수 장소 등을 재연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바 있다.
부검 결과 밝혀진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이지만, 주검의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이 포함된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음주 수치는 이보다 낮은 0.105%∼0.148%로 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정확한 음주량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 2∼3시간 전까지 음주를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으니 경찰 수사를 믿고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서울경찰청 누리집에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설명자료’ 파일을 게시했다. 모든 국민이 볼 수 있게 수사 설명자료를 누리집에 게시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서초경찰서와 서울경찰청에서 답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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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관련 경찰 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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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