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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민씨 한순간에 사라졌는데”…경찰·언론 불신하는 사람들

등록 2021-05-25 18:49수정 2021-05-25 23:42

온라인 카페 회원들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
계속되는 의혹 제기…실체 밝히는데 혼선 우려도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고 손정민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경찰에 요구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반진사 운영진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고 손정민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경찰에 요구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반진사 운영진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돼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22)씨를 추모하고,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건 발생 한 달이 되도록 꺼지지 않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는 한강 공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데서 시작한 감정이입이 수사 기관과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수사에 혼선을 주는 미확인 정보나 루머 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손씨의 실종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25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카페 회원 9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손씨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경찰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16일 만들어진 ‘반진사’ 카페 운영진은 “자극적인 음모론은 배제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에서 잘못된 점을 끝까지 추궁해 진실을 찾는 카페”라고 소개하며, 일반 시민 회원들과 폐회로텔레비전(CCTV)영상 자료 등을 모아 손씨의 사망 경위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기준 반진모 회원수는 1만9천여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돼 현장에 오지 못한 회원들도 지켜봤다.

이들은 손씨 사건이 서울 시민들이 평소에 즐기는 한강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20대 청년이 허망하게 숨졌다는데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여를 위해 경기 김포시에서 온 한 시민은 “한강이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가. 친구 만나 시간 보내는 그런 장소에서 의문의 죽음이 나와 안타까웠다. 손씨도 장학퀴즈를 나갈 정도로 바르게 자란 학생이었다. 나라가 아이를 잘 키우라고 해서, 그렇게 잘 자라났더니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수사기관은 냉담하고 언론은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시민들이 더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 폐회로텔레비전이 없어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는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과 손씨와 사건 당일 같이 있었던 친구 ㄱ씨에 대한 의혹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서초서에 모인 이들은 “국민들의 오해와 억측만 불러일으키는 수사방식으로는 경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합리적인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진사 운영진인 한 유튜버는 “수많은 의혹이 난무하는 이 현상을 자초한 건 경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의혹제기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혼선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온라인에는 한 누리꾼이 손씨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 친구 ㄱ씨를 의심하는 내용을 주장하는 123쪽 분량의 ‘한강사고보고서’가 유포됐다. 경찰은 명예훼손 등 위법여부를 검토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는 “친구 ㄱ씨가 평소 손씨를 안 좋게 생각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등의 주장이 담겨 있다. 유튜브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의혹 제기도 매일 올라오고 있다. 손씨 사건 관련 유튜브 영상은 몇십만의 조회수를 훌쩍 넘는다.

의혹제기가 계속되자 지난 15일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친구A(ㄱ) 보호 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6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ㄱ씨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씨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경찰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표할 때, 이를 인정하는 문화도 중요한데 현재는 불리한 사실이 나오면 그건 아니라고 반박하는 사회적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애초 이 사건의 관심도를 높인 건 초기 보도를 한 전통 언론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경찰과 언론에 대한 기존의 불신이 이번 사건에서도 분출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손씨의 양말에서 채취한 토양의 성분이 육지에서 강물 속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채취한 흙 성분과 유사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토양 성분 비교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일 새벽 4시40분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보았다는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토양 성분 비교도 이를 위해 진행됐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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