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된 10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추모제에서 한 추모객이 내려놓은 안전모 위에 국화가 놓여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당시 24살)씨가 지난 10일로 추모 1주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발전 5사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상자의 97.6%가 하청 노동자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산재사망자 20명은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1일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발전 5사에서 일어난 327건의 산재 사고에서 3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명을 제외한 326명(97.6%)이 하청 노동자였고, 목숨을 잃은 20명이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 현재 국내에는 5개 발전사 산하 12개 지역, 61호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여기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수는 약 4600명, 27%에 해당한다. 인권위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로 인해 안전보건 문제가 악화하고 하청 노동자가 산재 사고의 주된 희생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1일 인권위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산업 노동인권 실태조사’ 중 고용형태에 따른 직원 간 차별존재에 대한 인식. 인권위 제공.
또한, 하청 노동자들은 매일 안전과 건강 문제에서 불안함을 느꼈다. ‘현재 업무가 본인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하청 노동자 84.5%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위협을 느낀다’고 답한 원청 노동자는 65.7%로 하청 노동자보다 적었다. 또한 하청 노동자의 78%가 본인의 업무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지만, 원청 노동자는 56%에 그쳤다.
실제 작업환경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을 느끼고 있었다. ‘사업장 안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간 불공정한 차별이 있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하청 노동자 74%가 ‘차별이 매우 심하다’, ‘심한 편이다’라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 원청 노동자는 21%가 차별이 심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석탄화력발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산업으로,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인권위와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사항 이행과 더불어 다양한 법적, 제도적, 행정적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지난 8월 특조위가 22개 권고안을 내놨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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