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① 두달 뒤 고령사회
[르포] ‘소멸위험 전국 1위’ 의성군 신평면
[르포] ‘소멸위험 전국 1위’ 의성군 신평면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중학교 운동장에는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닐하우스와 경운기 한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학교는 2007년에 폐교된 이후 버려진 땅이 됐다.
[전국 읍면동 소멸위험지수 보기]
지방소멸위험지수=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이 저서 <지방소멸>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그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속한 20~39살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이 연령대 여성 인구의 비중이 작은 지역일수록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일본 기초단체인 시·구·정·촌의 49.8%인 896개가 2040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초등학교 분교에 고작 5명 다녀
“예전엔 전교생 600명 넘었는데…”
의성군 전체에 산부인과 1곳뿐
문화센터·키즈카페는 차로 수십분
고교 진학 땐 안동· 대구 등 도시로
전국 1383곳, 소멸위험지수 0.5미만
“반전 없을 땐 30년 뒤 마을 사라질 것”
현실화하면 대도시권도 연쇄 타격 의성군 전체로 봐도 초고령 마을이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의성에는 주로 노인들이 이용하는 요양병원 5곳, 한의원은 10곳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엔 산부인과가 18년 만에 생겨 화제가 됐다. 1997년 한 산부인과가 폐업하면서 줄곧 임산부들은 인근 지역의 산부인과를 이용해야 했지만 지난해 병원에 산부인과 진료 과목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 공모 분만취약지 외래산부인과 개설사업에 선정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군청·경찰서 등이 있고 그나마 기반 시설을 갖춘 의성읍도 ‘젊은 여성’들을 붙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의성읍에서 17개월 된 아이를 키우며 사는 배한진(33)씨는 “도시 엄마들처럼 ‘문화센터’만 가려고 해도 가장 가까운 안동까지 차로 30분은 가야 한다. 키즈카페도 가기 쉽지 않은 형편이니 계속 여기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읍내의 한 피아노 학원 원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의성에 피아노 학원만 18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반토막이 났고 다니는 아이들도 그때보다 적다”고 말했다. 군청에서도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의성군청의 전종태 기획실장은 “초등학교·중학교만 해도 의성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고등학교 가면 안동이나 대구, 멀리는 경주까지 명문고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교육 문제로 인구 유출이 이어져 장학금 사업을 진행하고 명문 학교를 조성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한국에서 ‘지방소멸’ 문제는 자칫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은 ‘시골’부터 멀리는 ‘서울’ 등 대도시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재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 등이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영남권 중심 도시인 대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구가 대구 시민들의 경제활동이나 소비로만 돌아가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성과 군위 주민들이 이용하던 대구의 큰 병원이나 영남권 학생들을 흡수하는 대학들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차례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밑으로 떨어진 ‘초저출산 세대’라 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년 무렵이 되면, 지방 사립대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그에 따라 지역에 미칠 여파가 가시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광역시권에서도 지방소멸위험 징조가 보인다. 228개 시·군·구 기초단체 소멸위험지수 비교·분석에서, 2014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소멸위험지수 0.5이하)은 79곳에서 2016년 7월 84곳으로 증가했다. 신규로 진입한 지역은 강원 삼척(0.488), 경남 함안(0.495)과 함께 부산 동구(0.491)와 영도구(0.499)가 있어 광역시 지역도 소멸위험으로부터 ‘안심 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타났다. 지방 인구는 줄어들고 대도시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사회를 뜻하는 ‘극점 사회’는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동안 대도시가 저조한 출산율에도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방에서 꾸준히 많은 유입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방이 소멸되면 유입될 인구도 없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쟁적인 생활 패턴과 높은 물가와 집값 등은 ‘극점 사회’가 될수록 인구 재생산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전영상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대도시의 여유 없는 생활 패턴과 높은 집값은 출산을 마음먹기 힘들게 해 인구 감소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특수성을 발전시켜 젊은이들한테 매력적인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연구위원도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자체가 ‘젊은 여성인구 1% 증가’에 정책 목표를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성/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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