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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값도, 밥값도 없다” 벼랑끝 취업준비생을 구하라

등록 2016-04-18 21:05수정 2016-04-18 22:10

여소야대, 민생의 재구성
① 청년정책

청년수당 고용할당 확대
‘포퓰리즘’ 공방 벗어나
야3당 약속 현실화해야
“방값도, 밥값도 없다.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돈이다. 청년에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충남대 4학년 오태근씨)

“20~30대 청년들이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해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했는데, 정부는 왜 여전히 기존 노동정책을 고집하느냐?”(충남대 2학년 장호기씨)

“중소기업에 취업했는데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월급은 150만원이 안 되는데 야근도 잦고 주말에도 일해야 했다. 수당도 챙겨 주지 않았다.”(충남대 졸업생 박용미씨)

18일 대전 충남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직접 찾아가는 정책설명회 및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청년들이 이기권 고용부 장관에게 쏟아낸 말들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이 한목소리로 내건 청년구직수당, 청년고용 확대를 비롯한 청년정책들이 현실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실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들의 현실이 꼽히는 만큼, 야3당은 물론 정부·여당도 지금까지보다 청년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선기획단장은 “청년들이 이번 총선에 많이 참여한 것은 현실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변화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며 “야3당이 합쳐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니, 이제 힘이 없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정치권은 선거 과정에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주요 정당들의 청년 관련 주요 정책들을 확인한 결과, 야3당의 공통 청년정책은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과 민간기업에도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압축된다. 종전에 정부·여당과 재계의 강한 반발로 제대로 논의되거나 추진되지 못했던 사안들이다.

우선 야3당은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더민주는 6개월간 월 60만원씩 ‘청년취업지원비’를 주는 방안을, 국민의당은 6개월간 월 50만원씩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정의당은 월 50만원씩 연간 최대 540만원의 ‘청년디딤돌급여’를 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당 모두 대상은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저소득층 청년이고, 국민의당은 취업에 성공하면 원금을 갚도록 했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연간 2500억원, 국민의당은 5년간 5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정의당은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 예산(3100억원)을 디딤돌급여에 쓰는 것을 전제로 연간 4100억원이 추가로 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비를 주자는 방안은 열악한 청년 고용사정과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지난해 15~29살 청년 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민간 고용할당 위헌” 외치던 정부, 총선뒤 “종합고려”

기업 반발 크고 다른 연령 역차별 논란
전문가들 “기업 총정원 늘리면서
의무화하는 정교한 설계를”

청년유니온 “청년수당부터 실천해야”

청년 고용률도 40%대 초반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청년 취업애로계층이 115만7000명(지난해 6월 기준)이나 된다.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이들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이렇게 청년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지만 현재 고용보험 제도는 이들의 울타리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했거나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 즉 일단 취직을 하고 일정 기간 직장을 다닌 뒤에만 지급된다. 취업시장에 막 뛰어든 청년에게도 실업부조를 도입해 안정적인 구직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야3당의 또다른 공통 공약인 ‘청년고용할당제’는 한시적으로 기업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청년을 고용하게 하자는, 상당히 강력한 조처다. 현재는 공공기관에 한해 정원의 3% 이상을 고용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에도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다. 더민주는 향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이 3% 이상 고용하는 방안을, 국민의당은 5년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1000명 이상) 모두 5% 이상 고용하는 방안을, 정의당은 한시적으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300명 이상) 모두 5% 이상을 고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청년고용할당제는 벨기에가 2000년 단행한 ‘로제타 플랜’을 원용한 것이다. 로제타 플랜은 직원 50명 이상 기업이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지키지 못한 기업엔 벌금을 물리고, 의무를 지킨 기업에는 사회보장기금을 깎아줬다. 로제타 플랜은 훗날 다른 연령층에 대한 역차별 등 숱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시행 초기엔 1년 만에 약 5만명의 신규 채용이 이뤄지는 등 단기적으로는 큰 정책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채창균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차별 등의 문제가 나오지 않으려면 기업의 총정원을 늘리면서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는 등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기업 내 최저임금 받는 직원과 최고임금 받는 임원 간 격차가 너무 커지고 있는데 이를 정비해서 고용창출 여력을 먼저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야당들의 청년정책에 대해 정부·여당의 기류는 호의적이지 않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고용할당제를 민간기업에 확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도 기업들이 과태료를 내고 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정책통은 “청년실업 문제를 (야당 주장처럼) 반시장적 논리로 접근하다 보면 기업들의 고용 자체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며 “청년구직자에 대한 수당 지급도 포퓰리즘 성격이 강해, 현행 취업성공패키지를 보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청년 공약은 청년 국제인턴 확대, 청년 해외일자리 지원 등으로 야당 공약들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미묘한 변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현안점검회의에서 “여야 총선 공약에 대해서는 타당성, 실현 가능성, 소요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용 가능한 부분은 정책에 반영하되, 선심성 공약은 확고한 입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고위 간부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총선 공약들은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말 청년·여성 일자리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일단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 주던 고용보조금을 청년 당사자에게 직접 주는 형태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선기획단장은 “청년수당 도입,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은 사안들부터 20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입법해야 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이미 충분히 제시됐고, 이제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이 참여한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총선 과정에서 정치권에 요구한 12가지 공동요구안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공약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청년고용할당제 등은 현재 청년문제가 워낙 심각해서 5년간 한시적으로라도 실행을 해보자는 것”이라며 “현재 야당들의 청년 공약이 실종되지 않으려면 기업에 대한 유인책과 벌칙조항 등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정은주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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