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가난한 노인에 줬다뺏는 기초연금…“20만원 지급 보장을”

등록 2016-04-25 20:15수정 2016-07-25 20:15

여소야대, 민생의 재구성
⑥ 기초연금

소득액으로 반영해 생계급여에서
20만원 빼고 지급…빈곤해소 역부족
야3당, 전액 보장되게 법개정 추진
새누리는 현행 제도 유지 입장

하위 70%노인 20만원 균등지급 공약
월 30만원으로 상향방안도 검토
“한달에 20만원을 더 받게 되면 새 옷 한벌만 사 입고 싶다.”

서울 상계동의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박명희(70)씨는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받아서 근근이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넉넉지 못한 소득에 늘 쪼들리며 산다. 식비를 줄이느라 헐값에 나오는 반찬거리를 찾아다녀야 한다. 옷도 교회에서 만나는 교인들에게 얻어 입다 보니 몸에 잘 맞는 옷이 몇벌 없다고 했다. 박씨의 통장에는 매달 20일 생계급여 27만원, 25일엔 기초연금 20만원이 찍힌다. 한달 47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2년 전 기초연금이 도입됐지만, 그의 소득은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원래 생계급여만으로 47만원을 받았는데, 기초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계급여가 그 금액(20만원)만큼 깎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구청에 가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따로따로 달라고 여러번 부탁해봤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라. 대통령이 노인들한테 20만원씩 준다고 했는데 왜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은 안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야당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똑같이 20만원씩 주겠다고 한 공약을 꼭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4·13 총선에서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나온 기초연금 확대 공약들이 현실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한달 20만원을 준다고 약속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아닌 소득하위 70% 노인에게만, 그것도 20만원 균등지급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면서 노인 빈곤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왔다.

 기초연금 확대를 위한 공약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전체 노인에 대해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높이는 내용이다. 또 한가지는 박씨의 사례처럼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자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까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기초연금액이 월 20만원인데 이는 우리나라 1인 최저생계비(약 64만원 수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최저생계비의 절반인 30만원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 올해까지는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20만원을 균등지급(현재는 국민연금 등과 연결시켜 차등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연금 수급자에 대한 감액 폐지를, 정의당은 즉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균등지급하고 장기적으로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야3당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에도 기초연금 20만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 기준액(기준 중위소득의 29%)에서 개인별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만큼이 지급된다. 다시 말해 기초연금으로 받은 20만원이 소득인정액에 산정되면서 생계급여에서 20만원이 덜 나온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은 ‘줬다 뺏는 연금’이라는 오명까지 생겨났다. 야3당은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기초연금을 제외하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전체적인 기초연금액 인상 방안(30만원으로 인상시 6조4천억원 필요)에 견줘 상대적으로 소요되는 재원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이미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이 심의된 바 있어, 현실화가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박원석 의원(정의당)과 이목희·양승조 의원(더민주) 등 야당 의원들이 낸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여당의 반대로 논의가 표류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액의 전체적인 인상 방안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기초수급자와 관련해서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 쪽의 반대 논리는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도 소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기초연금만 예외적으로 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만큼만 생계비로 지원하는 ‘보충성 원칙’에 따라 운용된다는 논리다. 새누리당 정책 담당자들은 “더 가난한 노인에 대해선 생계급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액의 전체적 인상보다는 재원이 덜 들어가지만 연간 수천억원의 재정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노인들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8만8419명에 달한다. 복지부 추계 자료를 보면, 기초연금을 이들에게도 추가로 지급할 경우, 연간 약 7660억원(35만명 추가 지급시)의 예산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이 ‘보충성 원칙’을 반드시 고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된 자료(2012년 기준)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일본은 19.4%, 오이시디 평균은 12.6%에 그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주장하는 보충성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노인 생계급여비를 대폭 올리는 개선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기초연금을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기초연금법 취지에도 부합하고 빈곤노인의 실질적 생활 개선에도 절실하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아동수당, 아동보육료, 양육수당, 국가유공자 및 참전유공자 수당 등은 가구특성별 지출 요인으로 인정받아, 소득산정에서 빼주고 있다.

 이런 주장은 야당의 힘이 커진 새로운 정치 지형에서 좀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만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19대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여야간 이견이 컸다. 앞으로 나올 20대 국회 일정에 따라 재논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0대 국회에서 야당들이 공약 이행을 위한 공동 입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내란 확정처럼 쓰지말라”...이진숙 복귀하자마자 보도지침? 1.

“내란 확정처럼 쓰지말라”...이진숙 복귀하자마자 보도지침?

현직 검사 ‘부정선거론’ 일축…120쪽 총정리 파일 무슨 내용? 2.

현직 검사 ‘부정선거론’ 일축…120쪽 총정리 파일 무슨 내용?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3.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4.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5.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