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민생의 재구성
⑦ 비정규직 차별
⑦ 비정규직 차별
“이제 여당이 노동개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겠죠.”
경남 거제시에서 하청노동자로 살아온 강병재(53)씨는 여러 차례 “그래도”라는 말을 반복했다. “야당 일각에서 노동법 개정을 찬성하는 듯한 말을 하지만, 그래도 당장은 민심을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김씨는 “작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뒷모습만 봐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복은 똑같지만 비정규직의 옷이 더 낡고 지저분하다. 표정도 더 어둡고 생기가 없단다. 같은 일터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차별을 받는데 화가 났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졌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러워요.” 김씨는 거제가 여당의 텃밭이라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에 야당에 표를 던졌다. 야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여당이 움찔 놀랄 정도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랬다. 새누리당 김한표 후보(득표율 44.19%)가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43.47%))를 730표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김씨는 “정치권이 이제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27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868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45%에 이른다. 비정규직의 월 임금 총액은 평균 137만2000원으로 정규직(319만4000원)의 43% 수준에 그친다.(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여야는 4ㆍ13 총선 막바지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감축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비정규직 868만…전체 노동자의 45%
더민주 ‘비정규직 부담금제’ 도입
국민의당 ‘노동회의소’ 설립 제안
정의당 ‘두루누리사업’ 지원 확대
새누리는 노동4법 개정 기조 유지 야 3당, 비정규직 감축 공약 발표
‘사회보험료 지원’ 등 실천방안 제시
“파견법은 비정규직 확대” 강력 반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21.7%)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11.8%)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운 더민주는,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고 그 재원을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를 지원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 노동자에 대해 국민연금, 고용보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지원사업’도 건강보험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2015년 현재 비정규직의 건강보험 가입율은 55.5%에 그친다. 현재 누루누리사업은 종업원 10명 이하 사업장에서 월급여 140만원을 받는 노동자에게 국민연금·고용보험 40~60%만 차등지원한다. 정길채 더민주 노동 전문위원은 “비정규직 부담금제를 도입하면 두루누리지원사업을 확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또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주는 지원금을 현행 월 60만원에서 100만원(연 12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 2년 이상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업무’를 가리킨다. 이 업무에는 기간제(계약직)가 아니라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다. 더민주는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면 기존 정규직과 임금 차별을 두지 않도록 입법화할 계획이다. 이른바 ‘3동 원칙’(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 법제화다. 국민의당 공약 가운데에서는 ‘노동회의소’ 설립이 눈에 띈다. 기업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공회의소에 대칭되는 노동회의소를 만들어 입법청원, 정책개발 및 연구,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부장은 “취약계층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해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또 상시·지속적 업무에 계약직을 반복 채용하려면 6개월간 ‘휴지기’를 두도록 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사회보험료를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규직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의 임금이 8.3% 올라가는 효과를 얻는다고 국민의당 쪽은 설명했다. ‘국민 월급 300만원 시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정의당도 두루누리사업 지원대상 확대와 사회보험료 지원을 약속했다. 기간제(계약직)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기간도 1년(현행 2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공공부문·대기업부터 매년 비정규직 107만8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2020년에는 비정규직을 431만명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실행방안으로는 공공기관 간접고용 상한제와 간접고용 현황 공시제와 함께, 정규직 전환 기업에 현행 1인당 200만원의 세액공제액을 500만원으로 확대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10일 앞둔 지난 3일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을 갑자기 내놓았다. 강봉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3일 공약집에 없던 ‘소득분배 개선공약’을 깜짝 발표하며 비정규직의 임금을 앞으로 4년간 정규직의 80%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파견법 등 노동4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은 55살 고령자의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고, 뿌리산업 중소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 중장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 3당은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안”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정치권이 비정규직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에 놓고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더민주 ‘비정규직 부담금제’ 도입
국민의당 ‘노동회의소’ 설립 제안
정의당 ‘두루누리사업’ 지원 확대
새누리는 노동4법 개정 기조 유지 야 3당, 비정규직 감축 공약 발표
‘사회보험료 지원’ 등 실천방안 제시
“파견법은 비정규직 확대” 강력 반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21.7%)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11.8%)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운 더민주는,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고 그 재원을 비정규직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를 지원하는데 쓰겠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 노동자에 대해 국민연금, 고용보험을 지원하는 ‘두루누리지원사업’도 건강보험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2015년 현재 비정규직의 건강보험 가입율은 55.5%에 그친다. 현재 누루누리사업은 종업원 10명 이하 사업장에서 월급여 140만원을 받는 노동자에게 국민연금·고용보험 40~60%만 차등지원한다. 정길채 더민주 노동 전문위원은 “비정규직 부담금제를 도입하면 두루누리지원사업을 확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또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주는 지원금을 현행 월 60만원에서 100만원(연 12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 2년 이상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업무’를 가리킨다. 이 업무에는 기간제(계약직)가 아니라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지침이다. 더민주는 한발 더 나아가,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바뀌면 기존 정규직과 임금 차별을 두지 않도록 입법화할 계획이다. 이른바 ‘3동 원칙’(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동일처우) 법제화다. 국민의당 공약 가운데에서는 ‘노동회의소’ 설립이 눈에 띈다. 기업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공회의소에 대칭되는 노동회의소를 만들어 입법청원, 정책개발 및 연구,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부장은 “취약계층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해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또 상시·지속적 업무에 계약직을 반복 채용하려면 6개월간 ‘휴지기’를 두도록 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사회보험료를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규직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의 임금이 8.3% 올라가는 효과를 얻는다고 국민의당 쪽은 설명했다. ‘국민 월급 300만원 시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정의당도 두루누리사업 지원대상 확대와 사회보험료 지원을 약속했다. 기간제(계약직)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기간도 1년(현행 2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공공부문·대기업부터 매년 비정규직 107만8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2020년에는 비정규직을 431만명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실행방안으로는 공공기관 간접고용 상한제와 간접고용 현황 공시제와 함께, 정규직 전환 기업에 현행 1인당 200만원의 세액공제액을 500만원으로 확대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10일 앞둔 지난 3일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을 갑자기 내놓았다. 강봉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3일 공약집에 없던 ‘소득분배 개선공약’을 깜짝 발표하며 비정규직의 임금을 앞으로 4년간 정규직의 80%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파견법 등 노동4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은 55살 고령자의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고, 뿌리산업 중소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 중장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 3당은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안”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정치권이 비정규직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에 놓고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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