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6일 오후 퇴근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혼외 아들’ 보도는 검찰 흔들기” 주장 왜?
원세훈·김용판 선거법 위반 기소 뒤 여권 등서 ‘어깃장’
청와대선 임명때부터 불만 “우리가 뽑은 총장 아니다”
검찰 “일련의 흐름 있지 않나” 해명 넘어 공세적 대응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이다.” 채동욱(54) 검찰총장이 6일 자신에 대한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에 보인 첫 공식 반응이다. 대검찰청 참모들이 ‘사실무근임을 밝히자’는 의견을 냈지만, 채 총장이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이다’라고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반응을 내놓은 지 50분 뒤 채 총장은 최종 입장을 내놓고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에 굳건히 대처하겠다. 직무 수행에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한 의도를 ‘검찰 흔들기’로 규정한 뒤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의혹 해명’이라는 수세적 대응이 아니라 ‘의도가 뭐냐’고 따지는 공세적 대응이다. 채 총장이 ‘저의’, ‘검찰 흔들기’ 등 수위 높은 낱말을 선택한 건 자신을 공격해 검찰을 흔들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에 대해 총장이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모두들 ‘일련의 흐름’을 느끼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련의 흐름’이란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보수세력의 조직적 반발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취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직전 사상 최초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졌다. 추천위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에서 검찰총장 후보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진 ‘공안통’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후보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반란’을 일으켰다. 대신 채 총장과 당시 김진태 대검찰청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3배수 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검찰총장 최종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청와대 쪽이 세 후보 모두 마뜩잖아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했지만,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뽑은 총장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채 총장은 취임 뒤 검찰 내부의 신망을 토대로 지난해 말 이른바 ‘검란 사태’로 무너진 검찰조직을 추스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검찰에 비판적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꾸려 사실상 검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팀을 구성해 은닉 재산을 속속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고, 원전 비리, 4대강 입찰 담합 의혹, 씨제이(CJ)그룹 탈세 수사 등 대형 특별수사를 무리 없이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채 총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뒤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황교안(56)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지만 채 총장이 버텨 관철시킨 결과였다. 황 장관의 지시는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권과 일부 보수세력은 검찰의 행보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국정원 사건 수사 검사의 과거 학생운동권 활동 경력을 트집 잡는가 하면, 검찰이 녹취록을 조작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우단체들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종북 총장 채동욱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할 때 국정원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검찰 고위 인사들을 함께 인사 조처하려고 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채 총장은 이런 ‘일련의 흐름’이 더는 묵과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듯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과 조선일보,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총장을 흔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혼외 아들 의혹’ 보도에는 내밀한 개인정보 등이 담겨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정원 같은 사정기관이 관여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복수의 사정기관이 관여됐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 대검 간부는 “이제는 누가 이기든 지든 물러설 수 없다. 끝까지 가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시사게이트#10] 존재 공작' 국정원, '존재 부정' 이석기
청와대선 임명때부터 불만 “우리가 뽑은 총장 아니다”
검찰 “일련의 흐름 있지 않나” 해명 넘어 공세적 대응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이다.” 채동욱(54) 검찰총장이 6일 자신에 대한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에 보인 첫 공식 반응이다. 대검찰청 참모들이 ‘사실무근임을 밝히자’는 의견을 냈지만, 채 총장이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이다’라고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반응을 내놓은 지 50분 뒤 채 총장은 최종 입장을 내놓고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에 굳건히 대처하겠다. 직무 수행에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한 의도를 ‘검찰 흔들기’로 규정한 뒤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의혹 해명’이라는 수세적 대응이 아니라 ‘의도가 뭐냐’고 따지는 공세적 대응이다. 채 총장이 ‘저의’, ‘검찰 흔들기’ 등 수위 높은 낱말을 선택한 건 자신을 공격해 검찰을 흔들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에 대해 총장이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모두들 ‘일련의 흐름’을 느끼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련의 흐름’이란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보수세력의 조직적 반발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취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직전 사상 최초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졌다. 추천위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에서 검찰총장 후보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진 ‘공안통’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후보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반란’을 일으켰다. 대신 채 총장과 당시 김진태 대검찰청 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3배수 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검찰총장 최종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청와대 쪽이 세 후보 모두 마뜩잖아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결국 청와대는 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했지만,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뽑은 총장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채 총장은 취임 뒤 검찰 내부의 신망을 토대로 지난해 말 이른바 ‘검란 사태’로 무너진 검찰조직을 추스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검찰에 비판적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꾸려 사실상 검찰개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팀을 구성해 은닉 재산을 속속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고, 원전 비리, 4대강 입찰 담합 의혹, 씨제이(CJ)그룹 탈세 수사 등 대형 특별수사를 무리 없이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채 총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뒤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황교안(56)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지만 채 총장이 버텨 관철시킨 결과였다. 황 장관의 지시는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권과 일부 보수세력은 검찰의 행보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국정원 사건 수사 검사의 과거 학생운동권 활동 경력을 트집 잡는가 하면, 검찰이 녹취록을 조작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우단체들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종북 총장 채동욱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청와대가 최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할 때 국정원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검찰 고위 인사들을 함께 인사 조처하려고 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채 총장은 이런 ‘일련의 흐름’이 더는 묵과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듯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과 조선일보,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총장을 흔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혼외 아들 의혹’ 보도에는 내밀한 개인정보 등이 담겨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정원 같은 사정기관이 관여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복수의 사정기관이 관여됐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 대검 간부는 “이제는 누가 이기든 지든 물러설 수 없다. 끝까지 가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시사게이트#10] 존재 공작' 국정원, '존재 부정' 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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