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감찰지시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2013년 9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태형기자xogud555@hani.co.kr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역시 이 혼외자의 사진을 촬영하려고 하는 등 채 전 총장을 부당하게 사찰하려 한 사실도 추가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서천호 국정원 2차장, 송아무개 정보관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 4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혼외자 관련 정보를 국정원에 알려주고도 재판 등에서 허위 증언을 한 임아무개(지난달 17일 구속) 전 서초구청 과장을 비롯해 김아무개 전 가족관계등록팀장, 조아무개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위증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임 전 과장은 전날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조사결과 2013년 검찰이 국정원 댓글수사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정원은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자 같은 해 6월7일 ‘채 전 총장 혼외자 첩보보고서’를 작성해 남 전 원장과 서 전 2차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원장→2차장→국내정보 수집부서장’을 거쳐 송 정보관에게 해당 첩보에 대한 검증 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이에 송 정보관은 같은 해 6월10∼11일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을 통해 학생생활기록부를, 서초구청을 통해 가족관계등록부를 각각 확인해 “아동이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 아동의 아버지 이름 채동욱. 직업 과학자. 아동이 혼인외의 자인 사실”이라고 국정원 지휘부에 보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는 4년 전인 2014년 수사 때 검찰 결론과는 상반된다. 당시 검찰은 송 전 정보관의 진술에 근거해 ‘송 정보관이 국정원 지휘부 지시 없이 서초구 소재 한 식당 화장실에서 우연히 첩보를 듣고 혼자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검찰은 송 전 정보관의 요청에 따라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서초구청 가담자는 종전 기소된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아니라 임 전 과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4년 수사 당시 검찰은 누군가가 서초구청장 앞 면담대기실 유선전화로 송 전 정보관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 내용을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으나, 현장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이 없어 관련자 진술만으로 조 전 국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으로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 중인 조 전 국장에 대해서는 상고를 취하할 예정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채 전 총장 사찰에 관여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확인한 정보의 내용을 2013년 6월10일께 민정수석실도 보고받아 알고 있었고, 같은 해 6월 중순 민정수석실 특감반 직원이 해당 초등학교 관할 경찰서에 요청해 아동에 대한 사진촬영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아동에 대한 사진촬영 시도는 무산된 것으로 확인돼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는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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