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철거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 철거를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구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밀려난 삶의 공간 ② 갈매마을 철거촌
밀려난 삶의 공간 ② 갈매마을 철거촌
철거민 턱없이 적은 보상금 왜?
불법건축물·권리금 인정않고
공동체의 붕괴·강제 전학 등
‘무형의 손해’는 보상서 제외
감정평가사 선정하는 과정
주민뜻 반영 안되는 문제도 함학주(56)씨는 자신에게 나온 보상금 28만원을 놓고 “개집 값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가스 배달업을 하는 이기현(53)씨도 보상금 액수에 대해 “이 돈으로 어디서 장사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유형의 자산’에만 보상을 하는 기존 보상제도가 문제의 근원이다. 국가가 재개발을 위해 토지 및 건물 등을 수용하는 것은 공익사업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관련 법의 이름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토지보상법)이다. 이 법은 주거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 이주 대책비, 동산 이전비 등을 주도록 했다. 상가세입자에게는 휴업에 따른 영업용 자산의 감가상각비, 인건비, 이전비 등을 보상한다. 모든 보상은 감정평가사의 평가로 액수가 매겨진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 녹아 있는 ‘무형의 자산’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함씨의 경우처럼 불법 건축물은 평가 대상에서조차 제외된다. 함씨의 집과 창고에 책정된 보상금 28만원은 순전히 ‘시멘트 값’에 지나지 않는다. 함씨는 “집과 창고를 짓는 데 시멘트 값만 30만원가량 들었다”고 말했다. 건설업자들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건설 원가’가 철거민들의 보상 과정에서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상가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권리금은 아예 인정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인테리어비 등의 각종 투자 금액도 보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부분 영세상인들은 현금 매출을 국가에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보상비의 주요 기준인 매출액을 제대로 책정할 수 없다. 비싼 카드 수수료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영세상인들은 철거를 당하면서 그동안의 매출 누락에 대한 앙갚음을 국가로부터 당하는 셈이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은 “생활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도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보상 체계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데 따른 불이익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친목 공동체의 붕괴, 아이들이 강제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보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를 선정하는 주체도 문제다. 철거민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평가사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를 뽑는 주체는 재개발의 경우는 조합, 보금자리주택의 경우엔 시행사인 엘에이치공사다. 가장 중요한 감정평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셈이다. 각종 정비사업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가 발간한 ‘보금자리 이슈리포트’를 보면, 지난 3년간 사업이 승인된 보금자리 주택 가운데 저소득층 주거 안정 구실을 하는 장기 공공임대 주택(영구임대아파트)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불법건축물에 사는 사람들을 법을 내세워 쫓아내기보다는 국가가 최소한의 살 곳을 장만해주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참여정부는 2007년 전국 불법 비닐하우스 주거시설과 쪽방촌 등을 전수조사한 뒤, 부동산 관련 공기업에 30억원가량을 출자하도록 해 ‘주거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원룸형 임대주택 알선과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남상오 사무총장은 “앞으로 발생할 철거민 대책을 위해 기금을 좀더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적어도 먹고 자는 문제에 관해서는 국가가 최소한의 기준은 만족시켜줘야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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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붕괴·강제 전학 등
‘무형의 손해’는 보상서 제외
감정평가사 선정하는 과정
주민뜻 반영 안되는 문제도 함학주(56)씨는 자신에게 나온 보상금 28만원을 놓고 “개집 값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가스 배달업을 하는 이기현(53)씨도 보상금 액수에 대해 “이 돈으로 어디서 장사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유형의 자산’에만 보상을 하는 기존 보상제도가 문제의 근원이다. 국가가 재개발을 위해 토지 및 건물 등을 수용하는 것은 공익사업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관련 법의 이름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토지보상법)이다. 이 법은 주거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 이주 대책비, 동산 이전비 등을 주도록 했다. 상가세입자에게는 휴업에 따른 영업용 자산의 감가상각비, 인건비, 이전비 등을 보상한다. 모든 보상은 감정평가사의 평가로 액수가 매겨진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 녹아 있는 ‘무형의 자산’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함씨의 경우처럼 불법 건축물은 평가 대상에서조차 제외된다. 함씨의 집과 창고에 책정된 보상금 28만원은 순전히 ‘시멘트 값’에 지나지 않는다. 함씨는 “집과 창고를 짓는 데 시멘트 값만 30만원가량 들었다”고 말했다. 건설업자들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건설 원가’가 철거민들의 보상 과정에서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상가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권리금은 아예 인정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 인테리어비 등의 각종 투자 금액도 보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부분 영세상인들은 현금 매출을 국가에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보상비의 주요 기준인 매출액을 제대로 책정할 수 없다. 비싼 카드 수수료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영세상인들은 철거를 당하면서 그동안의 매출 누락에 대한 앙갚음을 국가로부터 당하는 셈이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은 “생활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도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보상 체계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데 따른 불이익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친목 공동체의 붕괴, 아이들이 강제로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 등에 대한 보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를 선정하는 주체도 문제다. 철거민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평가사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를 뽑는 주체는 재개발의 경우는 조합, 보금자리주택의 경우엔 시행사인 엘에이치공사다. 가장 중요한 감정평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셈이다. 각종 정비사업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가 발간한 ‘보금자리 이슈리포트’를 보면, 지난 3년간 사업이 승인된 보금자리 주택 가운데 저소득층 주거 안정 구실을 하는 장기 공공임대 주택(영구임대아파트)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불법건축물에 사는 사람들을 법을 내세워 쫓아내기보다는 국가가 최소한의 살 곳을 장만해주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참여정부는 2007년 전국 불법 비닐하우스 주거시설과 쪽방촌 등을 전수조사한 뒤, 부동산 관련 공기업에 30억원가량을 출자하도록 해 ‘주거복지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원룸형 임대주택 알선과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남상오 사무총장은 “앞으로 발생할 철거민 대책을 위해 기금을 좀더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적어도 먹고 자는 문제에 관해서는 국가가 최소한의 기준은 만족시켜줘야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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