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박정희때 시작된 취로사업 주민들에게 계속 위력…선거때마다 여당 찍어
투표성향·평화지향 혼재에 “평화가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경험 필요”
박정희때 시작된 취로사업 주민들에게 계속 위력…선거때마다 여당 찍어
투표성향·평화지향 혼재에 “평화가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경험 필요”
연평주민 투표성향·설문조사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주민 가운데 고졸 이하 학력자는 68.0%로 전국 평균 57.2%보다 높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가운데 자신의 어선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27.5%에 불과해 전국 평균 87.9%에 한참 못 미친다. 다른 지역에 견줘 낮은 학력에 저소득 계층인 사람들이 연평도에 많이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역대 선거 결과를 종합해보면, 연평도 주민들은 오랫동안 ‘여당’을 지지해왔다. 1971년 박정희(83.6%), 1987년 노태우(82.1%), 1992년 김영삼(57.9%), 2002년 이회창(50.9%) 등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그래프 참조)
예외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도 ‘보수’ 야당 후보이거나 보수가 아닌 ‘여당’ 후보였다. 이회창·김대중·이인제 등이 경합한 1997년 대선에서 연평도 주민들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37.2%)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줬다. 2007년 대선 때는 당시 야당이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50.3%)에게 표가 쏠렸다.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43.6%를 득표해 35.7%를 얻은 한나라당을 앞섰다.
연평도 주민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여당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로사업 등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민들은 ‘여당을 찍어야 지원을 받는다’는 정서가 강했다.
이런 정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의 기억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연평도 주민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5%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대통령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연평도 주민들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40여년 전의 기억이 여전히 위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새마을운동은 국가권력이 마을 단위로 들어와 직접 주민들을 통제해온 동원의 정치였다”며 “이 동원에 주민을 직접 참여시키면서 국가와 공동체, 그리고 자신을 일체화하도록 하는 과정이 있었고 연평도 주민들의 여당 지지 성향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평도와 같이 민주화운동의 경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자신이 직접 참여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낸 마지막 경험이 새마을운동이기 때문에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수 여당을 줄기차게 지지해온 연평도 주민들조차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주민 설문조사에서 52.5%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잘못이라고 답했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52.5%, 북한과 경제·문화 교류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82.5%로 나왔다.
북쪽의 포격으로 직접 피해를 입었음에도 ‘북한을 동포라고 생각한다’는 응답(57.5%)이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42.5%)보다 많았다.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이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응답자도 67.5%였다.
보수적인 투표 성향과 평화 지향의 이념 성향이 혼재되어 나타난 것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연평도와 같은 곳에서는 평화가 생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화를 바라는 성향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화에 대한 갈망이 평화 지향 세력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려면 “평화가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가장 보수적이었던 강원도가 금강산 관광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면서 이광재(민주당)·최문순(민주통합당) 도지사를 잇달아 뽑은 것처럼 연평도 주민들도 ‘평화가 경제다’라는 경험을 하게 되면 투표 성향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한 위원의 분석이다.
그런 경험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시급히 재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우리 어선들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북쪽 해역에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과 조업 위축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만들어지고 남북이 자유롭게 조업활동을 하게 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어장 확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돼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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