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 서부 다운타운 전경, 허드슨 강변을 따라 왼쪽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허드슨 야드, 첼시, 미트패킹 지역이다. 박순만씨 제공
[공동화 현상을 넘어 도심 르네상스]
⑦ 미국 뉴욕·보스턴
⑦ 미국 뉴욕·보스턴
정부 주도 ‘철거형 재개발’에 공동체 파괴·주민 반발
200개 비영리 공동회사, 지역개발-경제활성화 동력
슬럼 ‘미트패킹’ 부활은 물류철도 사수한 시민단체 ‘공’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 사우스 브롱스 지역은 ‘할렘’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범죄가 횡행하던 슬럼가였던 이곳이 10여년 전부터 새로운 주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의 지역개발공동회사(CDC)인 ‘미드 브롱스 디스페란더스’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추진한 주거·보육·직업 대책이 성과를 거둔 데 따른 것이다.
뉴욕의 도시재생은 사업 주체에 따라 △주정부 산하의 엠파이어스테이트개발공사(ESDC) △시 산하 경제개발공사(EDC) △동 단위 주민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지역개발공동회사(CDC 혹은 CNED) 등으로 나뉜다.
엠파이어스테이트개발공사는 워터프론트 개발, 허드슨야드 건설, 그라운드 제로 재개발 등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공사의 사업은 기존 도시계획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토지 강제수용, 세금 감면 등 특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철거형 재개발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주민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과 일자리 제공, 더 나은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를 바랐으나, 질과 의미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대신 지역개발 공동회사를 꾸렸다. 공동회사는 우리나라 동에 해당하는 지역위원회 주민이 운영 주체인 비영리 법인으로, 동네의 주거 문제를 풀고 지역을 개발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다. 지역개발 공동회사는 30여년 동안 뉴욕에 200여개 등 미국 전역에 2500여개가 설립됐고, 35만채의 집과 10만여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김지엽 도시계획·법무 박사는 “1960년대 연방정부가 주도한 재개발은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1970년대 주거 및 지역개발법이 제정되면서 연방정부 주도의 재개발 건수와 예산이 줄고 이를 대신해 지역 비영리 법인들에게 각종 연방 기금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저소득 주택세액 공제제도를 시행하면서 지역개발 공동회사가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도시계획학과 스테이시 셔튼 교수는 “공동회사는 지역 대표를 중심으로 주민이 참여하는데 정부로부터 세금 감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의무를 진다”며 “공동회사는 지역 은행장, 학교장, 목사 등이 참여해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비영리 단체로 토지와 건물 소유자 중심이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재산상 이익을 노리는 한국의 재개발 조합과는 다르다”고 비교했다.
스테이시 교수는 이어 “정부 주도 재개발은 주거·교육·건강·의료·직업 문제는 물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해 실패했다”며 “도시 재생은 지역 공동체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연구해 삶의 질을 높이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중앙 정부 차원의 효율적 금융·제도 지원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뉴욕 도시개발 학자, 부동산 투자회사들의 관심은 미국 뉴욕 웨스턴 14번가 다운타운인 ‘미트패킹’에 쏠려 있다. 이 곳은 60년대 항구, 공장이 쇠퇴하면서 250여곳에 이르던 육가공 공장이 35곳으로 줄어드는 등 슬럼이 됐으나 몇 년 새 뉴욕 최고의 유흥가로 바뀌었다. 임대료가 싸지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자유로운 기풍이 형성됐고 이어 고소득 동성애자들이 모이면서 나이트클럽과 바, 화랑, 패션 명품점이 문을 열었다. 미트패킹이 부활한 데는 시민단체인 ‘프렌즈 오브 더 하이라인’이 큰 구실을 했다. 이 단체는 주 정부가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변 일대를 녹지대 등으로 개발하는 ‘허드슨야드’계획을 추진하면서 미트패킹과 첼시 지역의 공장 건물을 관통하는 철도인 하이라인을 철거하려 하자 99년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하몬드 등이 원주민을 배제한 재개발에 반대해 만들었다.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도 회원이다. 뉴욕 도시계획 학자들과 부동산 투자회사 관계자들은 “이 단체는 지역 특성을 살린 개발 운동을 펼쳐 2004년 하이라인을 유지하면서 공원화하는 뉴욕시의 계획을 이끌어 내 시민단체가 도시 재생의 새로운 주체가 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200개 비영리 공동회사, 지역개발-경제활성화 동력
슬럼 ‘미트패킹’ 부활은 물류철도 사수한 시민단체 ‘공’
뉴욕 최고의 유흥가로 탈바꿈한 미트패킹의 한 레스토랑에서 젊은이들이 저녁식사를 들고 있다. 송인걸 기자
스테이시 교수는 이어 “정부 주도 재개발은 주거·교육·건강·의료·직업 문제는 물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해 실패했다”며 “도시 재생은 지역 공동체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연구해 삶의 질을 높이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중앙 정부 차원의 효율적 금융·제도 지원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뉴욕 도시개발 학자, 부동산 투자회사들의 관심은 미국 뉴욕 웨스턴 14번가 다운타운인 ‘미트패킹’에 쏠려 있다. 이 곳은 60년대 항구, 공장이 쇠퇴하면서 250여곳에 이르던 육가공 공장이 35곳으로 줄어드는 등 슬럼이 됐으나 몇 년 새 뉴욕 최고의 유흥가로 바뀌었다. 임대료가 싸지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자유로운 기풍이 형성됐고 이어 고소득 동성애자들이 모이면서 나이트클럽과 바, 화랑, 패션 명품점이 문을 열었다. 미트패킹이 부활한 데는 시민단체인 ‘프렌즈 오브 더 하이라인’이 큰 구실을 했다. 이 단체는 주 정부가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변 일대를 녹지대 등으로 개발하는 ‘허드슨야드’계획을 추진하면서 미트패킹과 첼시 지역의 공장 건물을 관통하는 철도인 하이라인을 철거하려 하자 99년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하몬드 등이 원주민을 배제한 재개발에 반대해 만들었다.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도 회원이다. 뉴욕 도시계획 학자들과 부동산 투자회사 관계자들은 “이 단체는 지역 특성을 살린 개발 운동을 펼쳐 2004년 하이라인을 유지하면서 공원화하는 뉴욕시의 계획을 이끌어 내 시민단체가 도시 재생의 새로운 주체가 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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