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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찻길이 공원 탈바꿈…‘풀빛 광주’ 왁자지껄

등록 2008-10-05 21:29

철길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푸른길’에서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위). 광주~순천을 연결하던 철길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의 모습(아래). 
 광주/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철길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푸른길’에서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위). 광주~순천을 연결하던 철길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의 모습(아래). 광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공동화 현상을 넘어 도심 르네상스]
⑤환경·생태
도심관통 애물단지 10만여㎡ 시민쉼터 갈채
공공기관 이전터 등 푸른길 프로젝트 급물살
생태도시 조성 3000여억 재원 마련 숙제로…

광주 도심에는 1922년부터 2000년까지 78년 동안 순천 방면 열차가 다녔다. 근대화가 한창일 때 주민들은 하루 수십 차례 오가는 열차를 고마운 존재로 여겼다. 70년대 중반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잇따른 사고와 소음으로 기찻길 옆 동네들이 슬럼화하기 시작한 탓이다. 주민들은 철도 이설을 끈질기게 요구했고, 이 요구가 실현되는 데는 26년이 걸렸다. 1400억원을 들여 새로 외곽 노선이 만들어지자 광주 도심에는 길이 10.8㎞, 너비 8~26m, 면적 16만5000㎡인 띠 모양의 기찻길 터가 남았다.

이 기찻길 터 활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광주시는 경전철을 고집했고, 시민단체는 도심공원을 바랐다. 이 무렵 광주시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전국 6대 광역시 중 최하위인 12.2㎡였다. 대전 35.1㎡, 울산 30.5㎡, 대구 29.8㎡ 등에 훨씬 못미치는 여건이었다. 논란 끝에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시민 3분의 2가 공원을 지지했다. 마침내 2002년 5월 광주역~동성중 7.9㎞의 폐선터 10만8900㎡가 ‘푸른길 공원’으로 지정되자 주민들은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기찻길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주민들은 ‘푸른길 가꾸기’ 운동본부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설계를 공모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100만그루 헌수운동이 펼쳐지자 개인·단체·기업들이 앞다퉈 기금 3억7천만원을 조성했다. 도심지인 옛 남광주역에는 열차 두 량을 기증받아 추억의 명소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푸른길은 불과 4~5년 사이에 도심 쉼터로 빠르게 변모했다. 이 일대의 알콩달콩한 일화들을 전하는 소출력 에프엠(FM)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주말이면 형사반장·대학교수 등으로 짜인 ‘푸른길 예술단’이 신명나는 무대를 펼쳐 갈채를 받았다. 아이들도 놀이터인 푸른길에서 펼쳐지는 사진전, 그림전, 백일장을 오가며 친구를 사귀었다. 해가 지면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인파가 쏟아져 나와 자전거를 타기도 어려운 장소가 됐다. ‘슬리퍼 멀리 던지기’나 ‘느림보 자건거 타기’ 등으로 왁자지껄하게 ‘동네지존’을 뽑는 모습들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박상은 푸른길 운동본부 간사는 “도심 주거지에서 가까워 슬리퍼를 신고도 찾을 수 있다 해서 ‘슬리퍼 녹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며 “애물단지였던 기찻길이 저녁마다 생동감 넘치는 산책로로 바뀌어 상가나 식당에도 웃음꽃이 피었다”고 전했다.

이런 성공으로 푸른길 공원은 ‘환경도시대상’ ‘공간문화대상’ ‘녹색대상’ ‘환경영웅상’ 등 국내외의 환경상을 쓸며 널리 알려졌다. 선진사례를 배우려는 방문객이 곳곳에서 몰려왔다. 고무된 일부 주민은 광주역~송정리역 철도 12.2㎞마저 이설해 푸른길을 23.0㎞로 늘리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푸른길이 성공을 거두면서 광주 전체를 생태·환경 도시로 만들자는 운동이 급물살을 탔다. 2005년부터 1000만그루 나무 심기, 생일·결혼 때 자기나무 갖기, 담장 허물어 녹지 가꾸기 등이 추진됐다. 특히 천주교 임동성당, 전남대 병원, 광주 북구청, 전남대 정·후문 등지의 담장 허물기 사업은 곳곳에 연쇄반응을 불렀다.

민간 부문에선 한국판 내셔널 트러스트인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벌어져 기금 19억6800만원, 토지 53만여㎡를 확보했다. 공공 부문에선 ‘금싸라기 땅’인 전남경찰청 차고지, 한국은행 광주지점, 전남지사 공관, 국정원 광주지부, 기무사 광주분실, 국군 광주병원 등 공공기관 이전터가 잇따라 도심공원으로 바뀌었다. 광주시는 도시계획 입안권을 협상에 활용하며 면적으로는 푸른길과 비슷한 15만여㎡, 토지값으로는 줄잡아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녹지공원과 전시공간을 늘렸다.

박인종 시 공원녹지과장은 “광주 도심을 한바퀴 도는 녹색띠를 잇고, 무등산·광주천·영산강에 이르는 녹색통로를 만들겠다”며 “다만 푸른길이 도심철도 2호선 예정 노선과 겹치고, 생태도시를 조성하는 재원이 3000억원에 이르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대전시가 대전천을 되살리기 위해 철거할 예정인 중앙데파트(동방마트)와 홍명상가(중앙데파트 오른쪽 위)가 복개도로 위에 서 있다.  대전/김진수 기자
대전시가 대전천을 되살리기 위해 철거할 예정인 중앙데파트(동방마트)와 홍명상가(중앙데파트 오른쪽 위)가 복개도로 위에 서 있다. 대전/김진수 기자
“5, 4, 3, 2, 1, 발파!” 오는 8일 오후 4시 대전의 대표적 백화점 가운데 하나였던 중앙데파트(백화점)가 폭파·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중앙데파트는 1974년 지상 8층, 연면적 8351㎡ 규모로, 대전 중앙로의 옛 목척교 옆 대전천 복개도로 위에 세워진 뒤 35년 동안 대전 원도심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중앙데파트 철거는 대전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인 ‘행복한 3대 하천 만들기’에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은 2020년까지 3대 하천 수변 공간을 쾌적한 쉼터로 만드는 것이다.

대전 ‘물의 도시’ 활력 되찾는다

8일 중앙데파트 해체…생태하천 복원 본격화

대전시는 대전천 회복을 위해 목척교 복원이 불가피하다고 결론내고 중앙데파트를 206억원을 주고 매입한 데 이어 홍명상가 보상준비금으로 295억1천만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홍명상가는 내년에 철거될 예정이다.

대전은 물의 도시다. 대전천, 유등천, 갑천 등 3대 하천이 동·서·남 방향에서 흘러와 북쪽에서 합쳐진 뒤 다시 금강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의 하천은 몇 년 전만 해도 방치되다시피 했다. 갑천, 유등천은 그나마 수량이 많은 편이어서 하천 모습을 유지했지만 원도심을 흐르는 대전천은 수량이 부족해 더럽고 냄새나는 마른 하천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5월27일 대전천 상류에서는 ‘물길 살리기’ 행사가 열렸다. 행복한 3대 하천 만들기 1단계 사업으로, 서구 둔산동 한밭대교 아래의 여울물과 대청댐의 물을 8.7㎞ 상류인 옥계교까지 가압펌프로 끌어올려 다시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대전천은 연중 10~30㎝ 깊이의 물이 흐르게 됐고 반년 만에 물고기와 물새의 종류가 크게 늘어나는 등 경관과 생태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에 앞서 대전시는 3대 하천에 오수관과 하수처리장 고도처리 시설 등을 설치해 오염원 유입을 크게 줄였다. 엑스포공원 앞 갑천, 진잠천 합류지점~가수원교, 뿌리공원 주변 유등천 상류, 대전천 옥계교, 갑천 노루목 등은 자연 생태계 관찰과 체육 활동의 명소가 됐다.

대전시는 내년 9월까지 갑천 만년교~신구교 사이 14.2㎞에 길이 21.1㎞, 너비 3.5m의 자전거 전용도로 겸 마라톤 코스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갑천 만년교~둔산대교(4.9㎞), 유등천 삼천교~갑천 둔산대교(3.4㎞), 유등천 삼천교~한밭대교(1.5㎞)에 모두 42.2㎞ 길이의 시민 건강길을 만든다.

이상용 대전시 환경국장은 “대전천 살리기는 목척교 인근 대전극장 통(거리)과 중앙시장, 옛 대전백화점 등 쇠락한 원도심이 되살아나는 일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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